“처음에 유기농을 한다고 했을 때 별 소리를 다 들었답니다. 병신소리와 또라이라는 소리는 기본이었지요.” 제주도 서귀포에서 감귤 과수원을 운영하는 오홍부씨의 경험담이다. 햇수로는 20년. 전대미문의 이 농장을 운영하기 까지 그의 여정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었다. 농약대신에 밭에 공급한 것은 양질의 나무에서 채취한 절편, 생선가공업에서 나오는 부산물, 오염 안 된 흙 등이었다. 감귤에게는 사람으로 따진다면 양식인 셈이다. 양보다도 질로 승부를 건 결과 유기농 매장에게만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필자는 이 분을 만나보고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는 성경 구절이 있지만, 이 잠언은 생명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농약을 안 쳤다는 증명이라도 하듯이 닦지도 않고 그냥 드시는 것을 보고 나 역시 먹어 보니 상큼하고 단맛이 어우르진 비타민 C의 보고임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하루 인체의 적정량은 2개만 섭취하면 비타민에 대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감귤은 옛날로 따진다면 조선 시대 임금께서 과거에 합격한 유생들과 대신들에게 내리던 진상품인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참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농민들이 땀 흘린 덕택이다. 이 분이 자긍심을 갖고 작목하고 있는 품종은 495여 감귤 중 천견이라는 이름이다. 러시아 대통령과 그 당시 한국 대통령이 서귀포에서 정상 회담할 때 식탁에 올린 것이란다. 이 맛을 본 영부인이 “한국에도 이런 맛있는 감귤이 생산되느냐”고 감탄했던 감귤. 3~4월이면 시장에 출시된다는데 기회만 된다면 한 번 맛을 보고 싶다. 필자가 오홍부씨에게 배운 점은 농장 일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주민자치위원장, 청년회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마을일에 솔선했다는 점이다. 마을의 풍토를 확 바꿨단다. 회식은 1차로 끝냈고, 화투놀이는 일체 금지시키고, 경조사 행사도 단순화 시켰다는 점이다. 여기 제주도는 특이한 것 중의 하나가 경조사 문화다. 예를 들어 아버지 손님은 아버지에게, 어머니 손님은 어머니에게, 신랑손님은 신랑에게 직접 경조비를 전달해 주는데, 육지 사람들에게는 좀 낯설기도 하다. 또 결혼식 동네잔치를 3~7일 동안 한다는 것이다. 현지인들과의 대화를 해보면 다들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잔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여하튼 전래 내려오는 비합리적인 문화를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할 뿐만 아니라, 신 농업인으로서 선구자적인 개척자로서 헌신한 덕택에 대통령상, 장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단다. 개척자의 길은 외롭다. 이 분 역시 광야 길에서 사투를 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외길을 헤쳐 나가면서 내린 결론을 필자에게 전해 주었다. “농약보다 조금 적게 생산되더라도 유기농이 확산돼야 합니다. 그래서 농촌이 변해야 합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돈 벌겠다는 생각보다 정직하게 영농하면 그 댓가는 찾아옵니다. 덤으로 우리 가족이 받은 축복은 자기 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사로서 간호사로서 부모에게 손 안 내미는 것만으로도 감사 하죠.” ‘자녀들은 부모의 뒤꼭지 보고 자란다’는 속담이 있지만 결코 과언이 아님을 보게 된다. 황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한 결과가 유기농 영농자로서 금자탑을 세우고 다복한 가정을 이루게 된 밑거름이 됐음을 보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이곳은 바로크 음악의 거장 비발디의 ‘사계-가을을’ 연상케 하고, 사실주의 화가 밀레의 ‘만종’을 떠올리게 한다. 감귤 수확에 여념이 없는 이 곳은 평온한 농촌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와 아울러 서귀포의 자랑인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의 바다와 백록담의 장엄한 풍광은 또 다른 매력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안승국 한국면세점협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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