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몸으로 써내려간 예술가들… 60년대 이후 퍼포먼스 재조명

▲ 아이웨이웨이 - 한나라 도자기 떨어트리기
신체는 나와 타인이 관계를 맺고 세상의 다양한 상황들과 만나는 매개체며, 실재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이처럼 신체와 몸짓이 사회·문화사적 맥락을 드러내는 방식에 주목한 국제기획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展이 오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원형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역사를 몸으로 쓰다는 국내외 38명의 작가가 참여해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예술 매체로서의 신체와 몸짓을 조명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1960년대 퍼포먼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발칸 연애 서사시’, 아이 웨이웨이 ‘한나라 도자기 떨어뜨리기’, 오노 요코 ‘컷 피스’, 하이레드센터 및 제로 지겐의 전위 퍼포먼스 등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퍼포먼스 사진, 영상작품을 대거 소개한다.

전시는 예술 매체로서의 몸짓이 우리 삶의 이야기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과 예술 태도에 따라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1부 ‘집단 기억과 문화를 퍼포밍하다’는 공동체의 집단기억과 문화적 유산을 몸짓으로 재구성하면서 ‘역사를 재상연(reenacting history)’하고자 했던 퍼포먼스 작업을 조명한다. 또한 1960~1970년대 한국의 퍼포먼스 작가들과 일본 전위예술그룹의 집단행동을 통해 당대 특수한 사회·정치적 상황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몸짓으로 반응하고 저항했는가에 주목한다.

2부 ‘일상의 몸짓, 사회적 안무’는 평범한 일상의 몸짓을 예술의 문맥으로 끌어오면서 현실과 삶의 문제를 역설했던 1960년대 이후 퍼포먼스 작업을 ‘사회적 안무’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3부 ‘공동체를 퍼포밍하다’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몸짓으로 표현한 퍼포먼스 작업들을 소개한다. 이 섹션에서는 공동체 일원과의 협업과 대화, 몸과 몸의 친밀한 만남을 통해 ‘일시적인 공동체’를 실험한 집단 퍼포먼스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역사를 몸으로 쓰다에서 예술가들의 몸짓은 언어가 기입하지 못한 역사, 언어가 감당할 수 없었던 트라우마와 부재의 역사를 써내려 간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를 몸으로 써내려간 예술가들의 몸짓이 일종의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역사 쓰기’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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