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은 가진 것으로 꾸려가지만 삶은 베푸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원스턴 처칠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자신이 가진 유무형의 것들을 어떻게 나누고 베풀며 살아갈까를 늘 생각하며 매일매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려고 애쓰는 이들을 만나면 행복하다. 그들의 표정은 다르다. 누리는 삶의 방향에 베푸는 삶이 더욱 풍성해서인지 모른다.

아직도 겨울 날씨는 춥다.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이면 따뜻하고 포근한 집의 소중함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집처럼 이웃과의 나눔과 사랑은 추위를 막아주는 안식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눔과 사랑은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이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재난구호기관인 적십자사는 인도주의 사업을 위한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을 벌리고 있다. 적십자는 국민의 공공자산이다. 적십자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다. 늘 그랬듯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도록 도민들의 지지가 절실하다. 국정농단, 이영학 사건 등으로 ‘기부 포비아(공포증)’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기부 민심이 얼어붙은 듯해 안타깝다.

적십자는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여 재무투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도민의 소중한 후원이 제대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후원자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11만 명의 적십자 봉사원의 손길이 사랑을 전하고 있다.

적십자는 생명이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며 소외된 이웃의 곁에서 누구도 희망을 놓지 않도록 생명을 지킨다. 적십자는 신속한 재난구호를 통한 생명과 건강보호활동을 하면서 독거노인, 아동, 청소년, 다문화 가족, 북한이탈주민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4대 취약계층을 집중 구호한다.

나눔과 사랑에도 표정이 있다. 기부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번영을 위한 선(善)이다. 인간의 선한 마음은 나눔의 연쇄반응을 촉발할 수 있기에 그렇다. 다른 사람을 도울수록 나의 행복지수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부란 남을 위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마음은 습관을 통해 자란다. 기부와 나눔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경기적십자사는 정기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씀씀이가 바른 기업 캠페인’도 함께 벌리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병원, 학원 등 법인체 및 단체가 대상이다. 취약계층지원을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더하고 나눔 문화를 선도해가는 캠페인이다. 나눔의 정신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다. 후원자 내면에 그것을 인도하는 빛이 있는 까닭이다. 행복의 에너지를 전해준다. ‘사랑애(愛)너지’로 취약계층의 추위를 녹인다.

요즘 우리 사회는 경기 침체,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그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상당수는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저소득층이며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빈곤, 질병, 고독사(孤獨死)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노출돼 있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안전확인, 돌봄 서비스 등 정서적 지원도 필요하다. 적십자사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발굴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보호하는 ‘희망풍차 맞춤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생계, 주거, 의료, 교육분야의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자립을 지원한다. 특히 긴 여정을 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에 가장 절실한 결연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함께라면 살 맛 난다.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실천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얼마나 잘 나누느냐에 따라 삶의 공명(共鳴)과 공감의 크기가 달라진다. 무술년 새해, 사랑담아 나누는 희망에너지가 어려운 이들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길 소망한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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