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무술년(戊戌年)개띠 해다. 우리나라 대표 토종견은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 동경개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생소한 동경개는 기록상 가장 오래된 견종이다. 5~6세기경 경주시 황남동 신라 고분에서 멧돼지를 사냥하는 동경개 토우(土偶)가 출토됐다. 당시 지배층이 사육하던 동경개 조상이라고 한다. 무미(無尾) 단미(短尾)가 특징인 동경개는 고려시대 한 고을이었던 경주의 옛지명 동경(東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육십갑자에서 35번째인 무술년은 천간 무(戊)와 십이지지 술(戌)자는 비슷하다. 무(戊)자에 한 일(一)자 획을 그으면 술(戌)자가 된다. 60년만에 돌아온 황금개 해는 십간(十干)의 하나인 무자는 오행사상에서 흙에 속한다. 흙이 황색이며 황금개란 수식어가 붙는다. 개는 붙임성이 좋고 한 번 맺은 관계에 헌신적이고 배신하지 않는 동물이다. 쌓은 재물과 명맥을 지켜주고 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동물이다. 개는 구석기인들이 무리나 어미를 잃고 방황하는 늑대새끼를 데려다가 돌보면서 같이 생활하며 길들여졌다. 늑대 본성의 사나움과 육체적 강인성을 잃어간 대신 인간속에 들어와 보완 관계로 깊숙이 자리를 잡고 인간의 품성을 닮아 오덕(五德)의 품성을 지녔다. 오로지 주인만 따르며 의리에선 세상에 따를 자가 없고 주인의 신분이 미천할 지라도 주인을 최고로 여기고 깔보는 법도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개가 주인을 배신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개는 겸손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인의 관심에 오감을 총동원한다. 그러면서 주인의 눈빛만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금세 알아챈다. 개는 사랑의 화신이다. 멀리서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꼬리를 흔들며 온몸으로 애정을 표시한다. 희생의 덕목도 지녔다. 지구상에 다른 종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존재는 오로지 개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최자(崔滋 1188년 명종18년 문신)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근거를 둔 실화의 줄거리를 보면, 전북 임실에 사는 김개인은 잔치집에서 술 마시고 돌아오다 풀섶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번져 주인의 목숨이 위태로워 지자 개는 냇물로 내려가 온몸 털속에 물을 묻혀 주인이 잠든 주위를 촉촉이 적셨다. 사력을 다해 냇물을 오가던 개는 주인에게 번져오는 불을 다 끈 다음 지쳐서 죽었다. 뒤늦게 깨어난 주인은 감동한 나머지 생명의 은인인 개를 기리기 위해 장사를 지내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했다. 이 지팡이가 자라 나무가 되어 이곳을 오수(獒樹)라고 부르며 전해오고 있다. 개는 말한다. 소중한 것이 가까이 있으면 그 고귀함을 모른다.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개는 충성과 의리를 갖춘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비무장 지대 땅굴 발견때도 수색견이 희생 되곤 했다. 예부터 전해 오는 설화와 실화의 의견(義犬)들의 무덤과 기념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국에서 전승(傳承)되고 있다.

고고학적으로 개는 3~4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이 사는 곳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고조선의 역사를 보면 단군 왕검이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을 세운 기원전 2333년 황금개띠의 해였으며,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676년과 고려가 개국한 918년 황금개띠 해였다. 2018년 황금개띠의 해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초로 개최되며, 북한도 참가의 뜻을 나타내 이번 올림픽은 남과 북의 화해의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6.25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벌판에 먹을것이 없던 개띠의 해에 92만17명이 태어났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벌써 환갑을 맞았다. 먹을것이 풍부한 지난해 출생 인구는 36만2천867명 아래로 떨어져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국가 인구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개 해를 맞이해 아기 울음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으면 한다. 따스한 마음과 마음을 맞춰보자.

이명수 경기도문화원연합회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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