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투자자의 절반 이상...실시간 시세변동에 '일희일비' 업무·일상생활 제쳐두고 몰입

20~30대 청년층이 불확실한 미래 설계를 위해 사행성 산업을 동아줄 삼아 매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의 절반, 복권의 3분의 1 이상 수요자가 20~30대 청년층이다.

이들은 급격히 등락하는 가상화폐 시세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마이너스 수익에 업무마저 손에 잡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전모(25·여)씨는 최근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모든 신경은 스마트폰 화면에 몰려있다.

업무 중에도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를 열어 놓고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시세를 확인하기 일쑤다.

한 달 급여 수준인 300만 원을 투자한 가상화폐 리플 시세가 최근 지속 하락하고 있는 게 원인이다.

그녀는 지난해 말 큰 기대없이 30만 원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한 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최근 270만 원을 추가 투자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발표 등 악재가 겹쳐 가상화폐 가격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씨는 “최근 가격이 계속 하락해 100만 원가량 손해본 것 같다”며 “떨어지는 시세를 의식하지 않고 묻어두려고 하는데 자꾸만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최모(32)씨의 제일 관심사는 여자친구나 일이 아닌 비트코인이다.

그가 비트코인 구매에 투자한 비용은 2천여만 원. 자금은 적금을 깨 마련했다.

비트코인은 한때 2천400만 원 수준까지 상승하다 16일 오후 6시 기준 1천665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여자친구와 연락하는 횟수보다 비트코인 앱을 확인하는 횟수가 더 많다.

데이트 후에는 10분에 1번꼴로 시세를 확인한다.

최씨는 “초기에 투자해 아직은 이익을 보고 있으나, 근래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폭락해 하루하루가 우울하다 ”고 설명했다.

수원의 부동산 사무소에서 일하는 이모(32)씨도 외줄 타기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약 100만 원을 투자했지만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보여서다.

이씨는 “가상화폐가 불안한 미래의 대비책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소액을 투자했다”며 “당분간 가격 하락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20~30대 청년층의 화두는 가상화폐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가상화폐를 선택, 어느 연령층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발표한 ‘가상화폐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20대와 30대가 각각 가상화폐 투자자의 29%를 차지했다.

전체 투자자의 60%가량이 20~30대인 셈이다.

가상화폐만큼은 아니나 복권에서도 청년층이 최근 3년간 전체 구매의 35%가량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청년층의 복권 구매비중은 34.5%였고, 이듬해는 34.9%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34.7%로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35% 수준을 유지했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역대 최고 청년실업률 등 미래가 불안하다고 판단한 청년층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라며 “과거 주식 투자, 부동산 투기처럼 가상화폐로의 쏠림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태병기자/ctb@joongboo.com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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