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는 않다. 국내적으로 정치적 갈등·반목이 상존하고,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불안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장차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인데, 필자는 1987년에 국내외에서 발생한 두 가지 사건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1987년’.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적으로 역사적 전환점이 마련된 해이다. 당시에는 헌법상 절대적 권력을 보유한 대통령이 소수의 대의원들의 간접선거에 의하여 체육관에서 선출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대통령 직접선거제도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약 30여 년 당시 암울한 정치상황에서는 그것의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였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은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자기의 손으로 직접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뽑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였고, 민주적 선거 절차 실현이 국민주권의 실질화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국민들은 믿었다. 하지만, 당시 실권을 쥔 위정자들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학가 학생들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부르짖으며 의사표현을 하게 되었고, 결국 정부 당국이 그러한 운동을 진압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학생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 연세대생 이한열의 사망 등을 기폭제로 하여 일반시민들이 들고 일어나게 되었고, 급기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성취되었다.

요즈음, 위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상영되어 새삼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서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간접경험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1987년’ 독일, 베를린 장벽 인근의 광장에서는 음악 콘서트가 열렸다. 위 콘서트에서 영국 출신의 세계적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히어로즈(heroes)’를 불렀다. 물론 당시에는 독일은 통일이 되기 전이어서 서독과 동독은 장벽으로 분리되어 가로막혀 있었다. 1961. 8. 13. 베를린 장벽이 동독에 의하여 세워진 후 1961년부터 1989년까지 약 5천 명이 탈출을 시도하였고 약100~200명이 탈출도중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베를린 장벽 근처에서 동독 서독으로 나뉜 연인이 몰래 장벽을 넘어 만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사랑은 장벽과 전쟁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사랑은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노래 ‘히어로즈(heroes)’를 발표하였다. 총알이 날아다녀도 사랑만이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은 성경구절 같지만 히어로즈 노래 가사의 일부내용이다. 서베를린 국회의사당 앞 광장 콘서트에서 히어로즈 노래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장벽너머 동독사람들도 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서독주민과 동독주민은 위 노래를 매개로하여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졌고, 그 기저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심장 속 흐름이 도도히 흐르게 된 것이다. 이 모습을 본 동독 경찰들은 강제로 노래를 부르는 동독주민을 진압하였고, 그러자 동독시민들은 분기탱천하여 반항하였고 결국에는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반정부 평화시위로 확산되었다. 때마침 콘서트 1주일 경과쯤 미국 레이건대통령은 서독을 방문하였는데, 그도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에 감동을 받았는지 베를린 장벽의 붕괴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동, 서독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결국에는 1989년 베를린장벽은 붕괴되어 독일의 통일은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감동적인 노래 한곡이 결국 독일평화통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기폭제였던 것이다.

위 두 사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정치적 갈등과 민족 통일은 결코 우격다짐, 폭력, 핵전쟁에 의하여 해결될 수는 없다. ‘민심은 천심이다’ 라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속을 움직임으로써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1987’ 대통령 직선제 개헌 정신은 국민들과 소통하여 주권자를 받들라는 것이고, ‘1987’ 베를린의 콘서트효과는 울림으로써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바라건대, 이 시대에 공감, 사랑을 밑바탕 한 소통을 통하여 국내외 난제를 파진(破進)할 수 있는 영웅들(heroes)이 나타나 맹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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