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칼칼·기침" 이비인후과·약국 북새통…경계근무 군 장병도 마스크 착용
공원 산책·시내 쇼핑 인파 눈에 띄게 줄어…청정 강원도 '뿌연 하늘'

▲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황사까지 유입되는 날씨 속에 1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마스크 판매대 옆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미세먼지가 수도권과 강원·충청권을 강타한 17일 많은 시민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에 나섰고, 병원이나 약국에는 호흡기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느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 체감지수'가 크게 높아진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 인천, 경기는 물론 강원, 충청 지역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였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지 사흘째이자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수도권은 이날도 뿌연 공기가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도 평소보다 많았다. 시민들은 바깥 활동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신모(32)씨는 "아침에 집을 나섰더니 동네가 뿌옇게 변해서 안 하던 기침도 하게 되더라"며 "마스크를 쓰긴 했는데, 걸을 때마다 안경에 김이 서려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부쩍 나빠진 대기질로 기침이나 가래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동네 이비인후과는 북새통을 이뤘다.

수원의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해 목이 칼칼한 증세가 심해졌다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기침과 가래로 고생하는 환자도 많이 찾고 있다"고전했다.

다른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평소 찾던 알러지 환자들도 코가 간지럽고 기침이 심해졌다는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동탄지역 맘카페에는 미세먼지가 최악이라는 주부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개당 530원 하는 마스크를 60개, 한 달치를 사뒀다. 마스크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킬 때 둘째도 데리고 다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다. 아예 보내지 말까 싶다"고 토로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와 환기 방법 등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불안감을 보였다.

심각한 미세먼지에 고양과 파주 등 경기 북부 접경지역 병사들은 보급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군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은 자율이라 미세먼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병사들도 많았지만, 어제부터는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에 사는 이모(49)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승용차로 등교시키고 출근했다.

이씨는 "딸이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통학하지만, 미세먼지를 조금이나 덜 마시게 하려고 차로 태워줬다"라고 말했다.

아침마다 산책하는 시민으로 붐비던 의정부 중랑천 인근도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청정 강원도 역시 미세먼지의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춘천, 원주 등 강원 영서 지역은 동쪽이 태백산맥에 가로막힌 데다 분지인 탓에오염물질의 정체 현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수도권에 못지않았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충북도 시내 중심가에 인적이 크게 줄었다.

청주의 번화가인 상당구 성안길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정모(30·여)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외출하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안된다"면서 하소연했다.

청주 시내 한 약국 관계자는 "이유 없이 기침을 해 약국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며 "기침약을 처방받는 사람과 황사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앞 공원도 산책을 하는 행인이나 소풍을 나오던 어린이집 원아들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기상당국은 18일에도 수도권·충청권·호남권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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