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한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전·현 정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현 정권 간의 충돌은 당장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개헌과 권력기관 개편 등 올 상반기 정국을 관통할 굵직한 현안 전반, 더 나아가 ‘6·13 지방선거’ 판도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이번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분노한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하루만에 이 같은 비판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 전 대통령 소환은 물론 구속 가능성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표적수사’,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것을 넘어 ‘노무현 정부 파일’까지 거론하며 총반격의 모양새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 지지를 사기 위한 여러 가지 행위를 할 것이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면서 “이명박 정부도 5년 집권했고, 집권이란 모든 사정기관의 정보를 다 들여다보는 것이다. 왜 우리라고 아는 게 없겠느냐”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역시 일단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보수 정권을 옥죄는 적폐청산에 대해 ‘보수궤멸’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치권의 논란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실제로 내용의 진위나 파괴력을 떠나 ‘노무현 정부 파일’을 폭로할 경우 이번 갈등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정국은 한층 복잡해질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양측의 이 같은 전면 대치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당장 개헌과 권력기관 개편 등 당면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개헌·사법개혁 특위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2월 임시국회까지 연말과 비슷한 파행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 발언을 강하게 규탄하는 것과 동시에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특활비 일부가 2부속실에 전달돼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이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수사를 정치공작, 짜맞추기 수사라고 강변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위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재임 시절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에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끌어들인 것은 최소한 정치적 금도도 넘은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검찰진술 내용을 제보받았다”며 “김 전 실장이 특활비 1억원을 지시에 의해 받았고, 이것을 달러로 환전해 김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장에게 줬고, 그것이 김 여사의 명품 구입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논두렁 시계’ 되갚기라며 반발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라디오에 출연해 “그 돈 중 일부가 김 여사에게 흘러들어 가서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때 함께 가셔서 거기서 해외에서 명품을 구입했다, 이런 식으로 가려고 한다는 게 우리의 대충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이어 “당신들이 과거에 모셨던 분의 참담함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이런 심리가 담겨있는 것 같다”며 “너무 치사한 이야기여서 노골적으로 담기는 그렇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김재득·라다솜기자/jd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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