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과장 "윗선 지시로 진행… 가책 느껴 진실 밝혔다 덤터기"...벌금 등 26억 재취업도 막혀
SK네트윅스서비스, "당사자간 진술 엇갈려… 혐의 확실한 사람만 고발"

“7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입사 2년차인 저 혼자 벌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2014년 SK네트웍스서비스(SK네트웩스의 자회사, 이하 SKNS)의 78억 원 규모의 분식 회계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배임에 대한 모든 책임을 ‘2년차’과장이 모두 떠안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SKNS에 따르면 A(45)과장은 2011년 이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신사업 ‘세이프메이트’ 사업개발팀의 과장으로 인사발령 났다.

당시 말단 직원이었던 A과장은 세이프 메이트 사업을 진행하던 중 7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진행했다

자신의 상사인 B차장으로부터 ‘선매출’을 통해 경영목표를 달성할 것을 지시 받았다는 것이 A과장의 주장이다.

분식 회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허위세금계산서도 발행됐다.

A과장은 이 과정에서 B차장과 C본부장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2013년 이 회사에 새 대표가 부임하면서 불거졌다.

새 대표가 부임한 뒤 선매출건에 대해 지적하자, 양심의 가책을 느낀 A과장은 내부 감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SKNS는 사건이 회사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A과장에게 모든 죄를 안고 가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A과장의 설명이다.

A과장은 “해당 분식회계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단 한푼도 없지만, 회사를 믿고 내가 주도로 벌어진 일이라며 경위서까지 작성했다”며 “하지만, 이를 토대로 회사측이 저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SKNS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A과장은 해당 분식회계로 높은 인사고과를 받아 200만 원의 인센티브까지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법원은 경위서와 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인센티브가 실익이라는 근거로 10억 원 규모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SKNS측이 A과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사측의 손을 들어줘, A씨는 16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떠안게 됐다.

재취업길도 막혔다.

SKNS측이 보증보험에 A과장에 대한 신원보증보험 지급을 신청해 ‘문제 직원’으로 낙인까지 찍어서다.

높은 인사고과와 200만 원의 인센티브 대가로 하루 아침에 26억 원을 물게 된 A과장은 벌금 1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500여일에 달하는 노역에 가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A과장은 “세 아이를 키우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상황이라 잘못인 걸 알면서도 이행 할 수밖에 없었다”며 “죄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저 혼자만의 범행일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KNS 관계자는 “B차장과 C본부장 등 다른 사람들을 형사 고발하지 않은 것은 확정적인 증거가 없어 무고죄 등으로 역고소를 당할 위험이 있다보니 회사측에서 소송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당사자간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혐의가 확실했던 A과장만 고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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