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결심한 이유, '새 시대 열어달라'는 당부 담겨"
"盧 전 대통령, 인간의 법정 대신 역사의 법정 선택"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두고 "세상과 작별하는 그는, 마지막 인사조차 한없이 낮게 써 내려갔다"고 표현했다.

 19일에 언론에 공개된 양 전 비서관의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서 양 전 비서관은 네 단락으로 된 노 전 대통령 유서에 담긴 뜻을 풀어 내려갔다.

 첫 번째 단락은 노 전 대통령이 힘든 결심을 하게 된 공적인 이유를 설명한 것이라고 양 전 비서관은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노 대통령 주변을 샅샅이 훑어 가까운 사람들을 잔인하게 핍박했다"며 "자신 일이면 얼마든 감당할 강한 분이었지만 주변 사람이 고통받는 것은 차마 견디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문장이 서거 당일 마지막으로 추가한 문장이라고 전하고 "얼마나 깊이 고민해 문장을 다듬었는지를 말하기도 하지만 당신으로 인해 고통받을 사람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두 문장으로 된 두 번째 단락은 노 전 대통령이 결심하게 된 사적인 이유를 설명한 것이라고 양 전 비서관은 설명했다.

 양 전 비서관은 "얼핏 사사로워 보이지만 결코 사사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진보의 미래'를 연구하려 했지만 정치 보복이 시작되면서 그 작업은 더 나아가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너무 슬퍼하지 마라'로 시작되는 세 번째 단락은 공적인 당부라고 해석했다.

 양 전 비서관은 "그가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보복도 증오도 자책도 역사 발전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나를 한 시대의 끝이고 한 질서의 마지막으로 삼아달라'는 주문으로 해석한다"고 적었다.

 특히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라는 구절은 남은 이들이 자책할까 걱정하는 정중한 배려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비서관은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는 문장이 담긴 마지막 단락을 노 전 대통령의 정중과 겸손이 짙게 밴 '소박하고 사적인 당부 형식'이라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면서도 늘 시민이고자 했고 퇴임 후에도 평범한 시민이고자 했으며 권력을 가질 때나 놓았을 때나 힘없는 자, 어려운 자, 약한 자, 가난한 자들과 함께이고 싶었던, 그다운 마지막 당부"라고 언급했다.

 양 전 비서관은 "그는 인간의 법정 대신 역사의 법정을 선택했고 개인의 진보 대신 역사의 진보를 택하는 가장 고독한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양 전 비서관은 "그분은 그 글로 세상에 이별을 고했지만 나는 그분 유서에 '이세상에서 가장 낮은 인사'라는 작은 헌사를 올린다"며 "이것이 노무현을 향한 나의 마지막 오마주"라고 덧붙였다.

 양 전 비서관은 전날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지금도노 전 대통령 유서를 갖고 계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전 비서관은 "비서들이 찾던 유서를 (컴퓨터) 화면에서 보고 처음 출력해서 문재인 실장님께 갖다 드렸던 그 출력본"이라며 "그것을 꾸깃꾸깃 접어서 지갑에 갖고 계시더라"라고 전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