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우리는 이를 ‘감성’(感性, sensibility)이라 부른다. 심리학적으로 ‘감수성’ 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칸트의 ‘도덕론’에서 감성은, 인간의 욕구 또는 본능을 가리키며 그것은 이성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감성은 자연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인간의 삶에 절대적이지만 드러내놓고 표출할 수 없던 일종의 ‘금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감성은 다양한 업계에서 주목받으며 중요시되고 있다. 물론 본인만의 감성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현대인들의 요구에 발맞춘 것일 테다. 애초 감성을 ‘팔이’의 목적으로 이용하던 대중예술, 대중문화 외에도 감성을 매개로 한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 광고 속 냉장고는 커리어우먼이 연상되는 멋지고 세련된 여성의 우아함을 한층 부각시키며 주부들의 감성을 자극할 뿐 냉장고제품 본연의 가격이나 성능을 과시하지는 않는 식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어느 분야보다 감성이 중요한 분야는 ‘복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지를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만 대상으로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복지와 감성의 연관성이라고 하면 ‘불쌍한 사람들을 착한 감수성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는 국민의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활동이며 경제적, 신체적 빈곤뿐만 아니라 감성의 빈곤을 겪고 있는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감성의 빈곤으로 말미암아 상처받고 쓰러지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 전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한류열풍에 기여했던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갑작스런 비보에 충격을 받은 전 세계 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였다. 필자는 지난 2008년 배우 故최진실의 사망 다음날 자살자 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던 안타까운 기억을 떠올렸다.

연예인 뿐 아니라 그를 따라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까지, 만약 주위에 이들의 감성을 전문적으로 어루만져준 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필자는 매일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관찰하고 어루만져주며 적절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사회복지실천가의 ‘감성기술’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복지실천가만의 감성기술은 자본이나 지식에 비견할 수 없다. 국민을 보듬고 위로하며 각종 갈등을 해결하여 사회에 희망과 미래를 만드는 독자적인 영역이다. 이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키우고 널리 이용할 때 많은 국민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벌어들이는 것(攻城)보다 지키는 것(守城)이 더 중요하다는 명언이 있듯이 감성적 빈곤을 겪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치료와 그 사람의 처지와 실정을 구조화 시킨 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사회는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사회적 손실은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복지정책 및 실천현장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인간의 감성을 자동인지하고, 사용자의 감성과 상황에 맞게 정보를 처리한다는 ‘감성ICT 기술’이 이슈이다. 사회에 유용한 점이 많겠지만 차가운 기계에 내 감성을 맡기고 언젠가 기계와 ‘공감’해야 할지도 모른다니 실로 무시무시하다. 오늘은 내 옆에 소중한 사람에게, 또는 진정성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감성전문가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나를 의지하고 충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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