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샅길을 걷다


시린 소설 대설을 보내고
동지섣달을 또 맞이할 고샅길
그 날 장난꾸러기들이 보이는 좁은 길
그댁 양철대문을 지나 흙담장을 돌면서
세월을 순식간 거꾸로 돌려
이댁 저댁을 둘레둘레 훔쳐보았다
그분들을 눈으로 그린다, 마음으로 그린다.

큼지막한 그댁에 우물가 이끼들, 펌프는 녹슬었다.
작은 집터에 닭장도
형구네 살구나무, 감나무도 이젠 늙었구나.

대숲 아래에 버려진 막걸리병 세 개
낡아서 버린 채반일까?
팽이도 두개나 발견을 했다.
그 소년도, 그 소녀도 보였다.
슬펐던 그댁 이야기도 벌써 들려온다.
뒤돌아,고샅길을 빠져나올 때 개짓는 소리
내 발걸음이 낯선 이유겠지
해가 가더라도 또 와야지.
해가 가더라도 봄이 오면 봄풀이 봄꽃이 필
나의 보배로운 고샅 추억길.





방극률 시인

1960년 전북 남원출생, 서정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장, 시맥회 대상을 수상, 시집 ‘꽃으로 피어 사는 동안은’ ‘작은사람 작은거인’ ‘산 위에 하늘’ ‘어머니의 일기’ 한국문인협회 회원 및 수원문학 이사로 창작활동 중, 서정문학회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