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도 국회 시정 연설을 했는데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대해 이전과 달리 의도된 듯 형식적인 언급만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양국 간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한 것이다.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수사적 표현은 빼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직접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얼마 전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관해 사실상 파기선언을 한 것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달 초 위안부 합의 TF 팀의 결과 발표에 따라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지만 위안부 합의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진정한 사죄 등 일본 정부의 자발적인 추가조치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알아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본 내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에 힘입어 위안부 합의 이행를 요구하고 사죄는 거부했다. 그러면서 국가 사이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만을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연초 일본 방송에 출연해서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강조하고 한국 측이 약속한 것은 성의를 갖고 실행하라는 말만을 거듭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가 단기간에 태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는 어렵다. 호흡을 길게 보고 장기적인 접근을 하자는 주일대사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할머니들이 고령이란 점에서 그것도 쉽지 않다. 일본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망언시리즈를 반복하기보다 아베 총리의 평창행 등 대범한 정치적 자세를 보이는 것이 양국 간 역사적·지리적·감정적 문제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