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사지마비 후유증 진단… 보험설계사 딸 10년간 환자 행세
보험금 3억원 수령… 법원까지 속여
경찰, 사기·사기미수 모녀 불구속 입건

▲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10년간 사지 마비 행세를 한 30대 여성과 이를 시킨 보험설계사 어머니를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금천구의 한 원룸 건물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피의자의 모습. 환자 행세를 하던 피의자는 멀쩡히 걷는 것도 모자라 발을 번쩍 들어 문의 개폐 스위치를 눌렀다. 연합
사지마비로 병원에 입원한 30대 환자가 어느날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이 병원 직원에게 목격됐다.

이를 목격한 병원 직원은 귀신을 봤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해당 환자는 20대 중반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10년 동안 병원 생활을 해왔다. 결국 경찰조사로 이는 기적이 아닌 사기로 밝혀졌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A(65·보험설계사)씨와 A씨의 딸 B(36)씨를, 사기방조 혐의로 B씨의 남자친구 C(33)씨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B씨는 2007년 4월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아내 약 10년간 수도권의 병원 14곳을 옮겨 다니며 사지 마비 환자 행세를 해 보험금 3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어머니이자 보험설계사로 근무해온 A씨는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많은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딸에게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모녀는 보험사로부터 3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도 모자라 법원까지 속여 21억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받아내려하다 사기행각이 발각됐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환자 행세를 시작해 병원에서 약 10년을 보낸 B씨의 연기는 같은 병실 환자와 간호사 등에 의해 들통났다.

이들 모녀는 B씨가 마사지를 받느라 옷을 벗고 있다며 낮에는 항상 침대에 커튼을 치고 의사조차도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주변을 통제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인천의 한 요양병원 입원 중이던 B씨가 불이 꺼진 밤사이 멀쩡하게 화장실에 가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당시 목격자는 낮 동안 꼼짝없이 누워있는 줄로만 알았던 B씨가 걸어나가자 “귀신이라도 본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간호사도 이를 목격해 병원 진료기록부에 이런 사실을 기재하자 C씨가 이번에는B씨의 사촌오빠 행세를 하며 관련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범행에 가세했다.

B씨를 진료했던 의사는 B씨가 걸어 다니는 영상을 본 뒤 “사지 마비 환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며, 나도 속았다”고 말했다.

또 B씨의 휴대전화에는 B씨가 그네를 높이 타는 모습을 C씨가 촬영한 영상이 저장돼 있기도 했다.

B씨는 검거되는 순간까지도 환자 행세를 하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각종 영상을 보여주자 뒤늦게 자신의 사기행각을 시인했다.

어머니 A씨도 경찰에서 “내가 딸을 그렇게 만들었다”면서 “이제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건강보험공단, 보험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비슷한 수법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절차에 따라 제보자에게 보상금을지급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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