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20여 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최근까지 운영하던 점포 4곳 가운데 3곳을 정리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이후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보아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점포 축소를 결정하면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21명 가운데 17명을 내보내야 한다. 남아있는 한 곳에 대한 운영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야간근무는 본인이 직접 담당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24년째 전업주부였던 아내를 편의점 카운터에 세울지 여부를 놓고 가족들과 심각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서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당장 매주 일요일 운영하는 두 군데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또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낮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적용하기로 했다. 손님들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불규칙적으로 고용했던 일용인력 투입을 사실상 폐지했다. 이 같은 대안에도 직원들과 불협화음이 일어나거나 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 일부 매장을 접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C씨는 방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카페와 편의점, PC방, 커피숍 등의 아르바이트자리를 찾고 있지만 대기자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의 벽이 3~4배는 높아진 분위기다.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공급은 크게 줄었는데 수요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다보니 고용난이 시작된 것이라고 취준생들은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PC방이나 편의점 야간 근무 등 기피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해보기 위해 수소문을 하고 있지만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월급이 꽤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단기 계약직 D씨의 주머니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기존에 지급되던 식대와 교통비가 급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주말 마감조로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하고 나서 받았던 저녁식사비와 교통비 등 1만2천 원이 빠지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매장을 찾는 십 수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돌려보내고 6개월간 근로계약을 연장해준 사장에게 식사비와 교통비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올 초 주변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와 중소식당 규모의 사장, 대학생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실제 이야기다. 이들은 2018년 새해가 요즘 날씨만큼 싸늘하고 꽁꽁 얼었다고 푸념했다. 연초부터 16.4% 오른 시간당 7천53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아르바이트 인력 감축, 일용직 근로자 고용 폐지, 서민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단기 계약직 등 일자리 취약 계층의 고용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주들의 편법·부당행위도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을 줄이거나 직원을 내보내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 단계까지 과연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기업가들은 ‘평창올림픽에 이슈가 묻혀있을 뿐이지 정말 고통스럽다’고 토로한다. 우려했던 ‘최저임금의 역풍’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에서 쏟아지는 냉랭한 반응에 대한 온도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고용주와 근로자, 세금 내는 국민과 소비자 모두가 ‘최저임금제’ 도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걱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낙관론만 펴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언론이 오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뒤늦게 사업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현장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어보인다.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근로자간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 적용하는 것은 근로자의 최소한 인간다운 삷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다. 최저임금을 지급받는 이들 근로자들에게 법정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 맞다. 지급할 능력이 충분한 사업주들이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지급하지 않은 것은 마땅히 적발해야 한다. 하지만, 임금을 제대로 주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는 사업주들에 대한 고민을 정부는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키지도 못할 제도를 만들어 놓고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볼 때다.

엄득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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