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CEO라면 우선 순위는 회사의 ‘이익’일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직원들에 영업을 지시하고 성과를 요구한다. 강압적인 회사 분위기와 찍어 누르기만 하는 리더십에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은 회사를 등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다르다.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직원들을 진정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영철학을 가진 ㈜비비테크의 성열학(60)대표가 그 주인공. 성 대표는 회사 수익을 위해 골머리를 썩는 타 회사 대표들과는 달리, 즐거운 회사, 다니고 싶은 회사, 회사 복지 등에 고민을 하고 있다.

성 대표는 “우리 회사는 영업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성장이 둔화될 수 있지만 직원들의 행복이나 만족도는 높아질 것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가정의 안정이 회사의 안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밝히는 성 대표는 결혼과 출산을 위한 복지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이에 비비테크는 대한민국기술대상 산업자원부 장관상 수상을 비롯해, 경기유망중소기업 인증 수상, 경기도 중소기업혁신대상 수상, 수원시 우수중소기업인상 수상, 경기도 일하기 좋은기업(경기도지사) 수상, 납세자의 날 모범상(국세청) 수상, 인구의 날 기념 성열학 대표이사 대통령상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재인증, 일 학습 병행제 참여 기업 인증,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친화 인증기업 수상, 경기 유망 중소기업 재인증 수상, 경기도 여성고용 우수기업 수상, 고용노동부 강소기업 인증 등을 받았다. 직원들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고 강조하는 성열학 대표를 만나기 위해 수원산업단지를 찾았다.



-비비테크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

“2004년 화성시에 문을 연 비비테크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유틸리티 중 하나인 배관 설비 설계·제조·시공업체로 시작했습니다. 삼성 반도체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7년에는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부터는 기존 반도체 사업부에서 자체 기술력을 활용한 크린룸(Clean Room) 설계·시공을 하는 크린룸 사업부를 만들어 사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저비용 고성능의 고객 맞춤형 사업을 펼쳐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회사를 성장시켜나갔습니다. 이에 특별한 영업활동 없이도 입소문이 퍼져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하게 됐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크린룸 엘리베이터용 크린유닛 제조기술을 국산화해 특허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일본 미쓰비시전기그룹의 한국법인인 한국미쓰비시 엘리베이터에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후 비비테크는 반도체 산업이 친환경, 안정성으로 변화함에 따라 2014년부터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친환경 덕트를 개발해 FM 인증을 받는 등 경쟁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삼성맨에서 회사 창업을 하게 된 이유와 운영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꿈이 많았던 청년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설에는 어떤 사물을 보면 마스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어요. 꼭 확인하고 체크하는 버릇이 습관이 된 것이죠. 1976~1977년 당시 고향인 화성 비봉은 시골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 보니 아버지 세대들은 뭐 해 먹고 사냐고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모든 일이 자동화가 될 것”이라고 아버지 친구들께 시골을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가진 생각이 지금의 비비테크를 탄생시킨 밑 바탕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안양의 대림대를 졸업한 뒤 1982년도에 군대를 입대했는데, 당시 군대 문화를 보면 폭언이나 구타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밖에서 만났으면 형·동생인데 폭언·구타가 있는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오다가 병장이 됐을 때는 구타 없는 내무반을 만드는데 기초를 닦아놓고 전역을 했습니다. 군대에 있으면서도 근면성에 집착을 많이 했는데 지금의 회사 직원들을 뽑을 때도 출신·학벌보다는 인성과 근면성을 중점으로 보고 있으며 군대 문화를 바꿨 듯, 회사의 분위기도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에서도 근무를 할 당시 몇 년만 근무하고 결혼만 하면 퇴사하겠다는 마음을 항상 먹고 다녔는데 첨단 기계설비를 하다 보니 흥미진진해 20년이 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과도 내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지 재미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점점 경력은 쌓이고 연봉이 올라가다 보니 몸이 둔화가 되고 무기력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항상 매년 12월 말이 되면 다음 해 계획을 세웠는데, 평소 회사에 어떤 성과를 낼지 고민하다, 어느 순간 퇴직을 하면 귀농을 할지, 창업을 할지, 중소기업으로 갈지 등으로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나올 때가 되니 막막함이 있었는데 후배들이 창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연말이면 다음 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는 중국에서도 비비테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도 주목받는 비비테크의 경영철학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

“창업을 준비하며 중소기업 몇 곳을 가봤는데 쾌적하지 않았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가족 같은 직원들을 채용해야 하는데 인터뷰를 해보니 가정환경이 썩 좋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삼성에 들어갈 때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나도 반듯한 가정이었을까 하고요. 저희 회사는 캐드, 설계, 용접, 배관 4가지 직종의 직원이 필요한데 몸을 쓰는 용접 등은 거친 사람들이 많았고 결혼에 물었더니 대부분이 생각이 없더라고요. 이때부터 직원들에게 결혼에 대한 중요성을 느낀 것 같습니다. 당시 홈페이지도 만들도 노트북도 지급하면서 결혼할 사람이 생기면 이런 회사 다닌다고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부모님께 자랑도 하고 결혼에 성공하길 바랐죠. 2009년에는 화성 공장 부지가 동탄신도시로 수용되며 수원으로 옮기게 됐는데, 이때부터 직원들 복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고 ‘좋은 일터에서 일하면 생산성은 덤’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4층짜리 사옥을 건설하면서 한 개 층 전체를 노래방, 당구장, 탁구장, 찜질방, 샤워실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꾸몄습니다. 설계와 건설하는 사람들, 지인들이 많이 놀랐죠. 하지만 저는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활기를 찾으면 그것이 일·업무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근무시간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는데 혹시나 눈치를 보면 먼저 대결 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젊었을 때는 당구가 200점 정도 됐는데 지금은 한 300점 정도 됩니다. 업무 특성상 1년에 4개월 정도는 일거리가 없습니다. 일도 없는데 굳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때는 당구나 노래를 부르는 게 일입니다. 쉴 때는 제대로 쉬어야 일을 할 때 제대로 하니까요. 화성 서신면에는 연수원이 있는데 주말에 직원 가족들끼리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조성해 놓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적극 수용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건강관리 지원으로 술·담배 금지 및 금연 장려금 30만 원 지급, 건강검진 프로그램 운영, 여행 지원(가족 동반 상해 지사 방문 및 유적지 탐방, 우수사원 가족동반 미국, 홍콩, 상해 등), 가족 초청 송년의 밤 행사, 장기근속자 포상, 경조사 지원, 예식장 지원, 임직원 결혼기념일, 연수원 무료 이용, 주말농장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용중에 있습니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산학협력과 직원 창업에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있다면.

“5명이 협성대를 다니고 있는데 졸업반입니다. 모두 특진을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문신도 있는 사람들도 들어오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고민을 들어보니 자녀들이 대학을 어디 나왔냐고 물었을 때 답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학을 결심했습니다. 2013년 협성대와 산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통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는 직원 5명이 곧 졸업을 합니다. 학비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자격증 획득에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회사에서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낼 시에는 인센티브도 주어지는 등 독려를 해오고 있습니다. 창업은 비비테크의 협력 업체로 창업을 하게 되면 적극 지원하는 ‘소(小)사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누구든 은퇴할 때는 다가옵니다. 직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고민하다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사업 역량 있는 직원들이 더욱 많아져 비비테크의 든든한 협력업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비비테크는 결혼, 출산, 육아에 관심이 많습니다.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요.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위대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일가정양립 TF팀을 구성하고 직원들의 다양한 고충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출산 및 육아 지원, 유연근무제 확대 등이며 자녀들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교육비 지원, 휴양 시설 도입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회사에서 출산에 대해 노력을 해서 그런지 겹경사를 맞았습니다. 2016년 저희 회사 컨벤션 홀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복지부-경기도 현장소통’에서 사내 부부가 출연해 사회를 보며 비비테크의 일가정양립에 대해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셋째를 낳으면 1천만 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 중인데 셋째를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또 창립 멤버이신 한 임원은 2016년 셋째 늦둥이의 돌잔치를 열었고, 한 부장은 첫째를 낳은 뒤, 둘째를 갖고 싶어도 소식이 없다가 10년 만인 지난해 임신 소식이 전해져 회사가 잔치 분위기 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여직원이 결혼을 하거나 사내 커플이 결혼을 하게 되면 사직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여성들이 대부분 모성애가 강한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직장이 너그럽고 포근하게 감싸줘야합니다. 주부사원들에게는 부드럽게 대해줘야하는데 일적인 부분에 집작을 보이면 모두가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출산과 육아 휴가 1년씩 2년을 보장하고 있고 아이들 유치원 등하원 시에는 유동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계속 같이 근무를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또 후배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는 선배들을 보고 피부에 와닿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죠. 비비테크 직원들은 결혼 후에도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일에 노예가 되지 않고 즐기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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