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에서는 1960년대부터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교육을 통해 완화시키려 노력해 왔다. 또한 교육에 있어 평등의 실현은 단순히 모든 사람에게 교육기회를 공평히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기에 교육 소외계층에게는 반드시 교육의 과정과 결과의 평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인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을 역점사업으로 도입한 것도 사회 불평등을 교육을 통해 해소할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부의 대물림과 교육여건의 불평등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의 무관심과 방치, 그리고 민선교육감들의 표를 의식한 보편적 복지 확대 논의에 함몰되어 경제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지식전달의 수단으로서만 기능하려는 학교와 교육청의 업무 이기주의로 인해 아이들을 케어해야할 울타리로의 학교의 역할은 점점 퇴색되고 있다.

경기도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경기도는 전국 학생의 26%가 재학하는 전국 최대의 지역으로서 저소득층 학생 역시 전국 최대일 수 밖에 없고, 통계에 존재하는 저소득층 학생만도 15만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의 학교 교육복지는 사업의 명칭과 구색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인 학생안전망 구축에 필요한 교육복지사 확충 노력은 관심조차 두고 있지 못하고 있고, 공허한 연계학교라는 이름으로 의미 없는 일회성 예산만이 이 사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의 경우엔 타 시·도와는 달리 재정자립도를 갖춘 기초자치단체가 다수 포진해 있고,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교육복지 연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독려해야할 교육청이 오히려 지자체의 지원을 거절하고, 협력을 저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교육청이 과연 학생을 위한 조직인가라는 본질적 의문마저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동안 필자를 비롯한 제9대 경기도의회 의원 대다수는 위기에 빠진 경기교육의 복지안전망 구축을 위해 생생한 도민의 염원을 줄곧 교육감에게 전달해 왔으며, 의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왔다. 의회가 나서서 도의 교육협력 예산을 도교육청에 지원하도록 중재하였고, 도교육청의 관련 사업 예산도 증액시켰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번번이 도교육청의 반대와 부동의였다. 현행법이 의회에게 예산심의의 감액할 권리만 줬을 뿐, 증액의 권리는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의회의 외침은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에 필자는 최후의 보루로 필자가 대표발의하여 교육복지사업에 대한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된다고 하여 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조례는 사업을 추진할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일 뿐 사업을 이끌어갈 인적, 재정적 지원의 열쇠는 모두 교육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열의가 없는 교육청이 관심을 갖도록 조례가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규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현행법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되어 있어 사업의 확대를 마냥 기대만 해볼 뿐이다.

이제 다시 모든 공은 교육감에게 달렸다. 사회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시작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취지와 중요성이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논의에 함몰되어 또 다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보편적 복지의 반대 개념인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치닫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손을 따뜻이 잡아줄 교육복지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미리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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