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라랄라 랄라랄라라’라는 TV광고 CM송과 함께 등장한 기능성 유산균 요구르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거라 생각한다.

이 음료는 요구르트에 작은 알갱이가 섞여 있어 당시 이를 먹어본 사람들에게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 음료는 이 작은 알갱이들이 장(腸)까지 살아서 도착해 장 기능을 개선해 준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다.

제2의 게놈이라 불리며 최근 의학계에서 떠오르는 분야 중 하나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함축적으로 잘 나타내주는 설명이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이로운 미생물을 환자에게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의 핵심이다.

세계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장바이오학회를 창립한 정상설(69) 회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물군계(Biome)의 합성어로 장내 미생물을 의미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 정보까지 담고 있다. 장내 미생물들은 인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크다. 단순하게 대장의 건강 뿐아니라 암과 암치료 후 관리, 알레르기, 아토피, 노화 같은 질환 역시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의 저명한 전문의가 다른 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는가.

“유방암 분야에서 30년 정도 몸을 담았다. 처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0년 전 암환자 환우회를 만들어 암수술 이후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자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교류차원의 역할을 할 뿐 암수술 이후에 환자들에게 생기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암 수술을 한 환자들의 40프로 이상이 불안장애와 인식장애를 겪는데 이 부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신과 선생님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뛰어다녔는데 그러던 중 장내 미생물과 뇌의 상관관계를 알게 됐다.”

―환자의 병증에 따라서 장내 미생물의 상태도 다른가.

“아직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있다. 암 수술은 굉장히 큰 수술이다. 스트레스가 큰 수술이다. 만약 정말 수술의 스트레스가 대장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라면 수술 전에 미리 환자에게 약을 먹여야 한다. 수술하면 머리 아프고 우울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다. 환자의 병증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본다.”

―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최신 치료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시작단계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분변에서 미생물을 채취해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 기술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도 ‘대변이식술’ 치료가 시행됐다. 대변이식술이란 건강한 사람의 분변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추출하고 관을 통해 코나 입으로 주입하거나 내시경 시술 또는 관장 도구를 이용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성화되면 어떤 질병 치료가 가능한가.

“마이크로바이옴은 염증성 장 질환은 물론 당뇨, 비만, 골다공증, 자폐증 등에 대해서도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질병을 예방하는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학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장내 미생물에 대한 기초 의학과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환경이 결합하면 이런 효과들도 점점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미국에서는 인체의 유전정보의 20%는 세포에 80%는 장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구가 활성화 될 수록 아직 우리 신체에서 개척하지 못한 미지의 80%를 점점 줄여나가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에 장 바이오 학회가 창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의료계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에 창립된 장 바이오 학회는 장내 미생물의 근거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임상의사들과 기업들이 같은 자리에서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근거 있는 학문의장을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사업가는 아니지만 이 학회가 잘되면 국가를 선도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학회가 돈을 버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학회가 큰 흐름을 잡아 준다면 산업적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게 있다.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에 선두에 설 수 있는 하나의 기틀이 되지 않을까하는 바람이다.

미생물 분야는 임상의들이 연구하기 어렵다. 연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외부로 나오면 미생물의 대부분이 죽어 버린다. 배양과 연구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실질적 어려움들을 학회가 나서 지원하고 체계화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번 학회 창립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암수술 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까지 이 분야를 성장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암 수술 후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정신과 가보세요”라는 말로 끝내는 것은 의사의 본분이 아니지 않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 분야에 미국은 굉장히 많이 투자하는데 한국은 국가적인 투자가 전혀 없다. 미국에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위한 대변 은행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5~10년 안에 모든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국가는 소외그룹을 챙겨야 한다. 하루빨리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는.

“암수술 이후에 많은 환자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기도 하다. 암수술 이후에 인지 장애에 관한 부분 장내 면역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 원인을 알고서 정확히 해결하는 약제를 만들고 싶다. 장 미생물에 관련된 많은 약제들이 난립해 있다. 이런 부분 역시 제도권 안에서 관리 해줘야 필요가 있다. 정확한 검증과 근거가 필요하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어떤 유산균이 좋은 것인지 알아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일들을 앞으로 진행해 나가려고 한다.

취재=문완태기자
사진=김금보기자 


<프로필 - 정상설 장바이오학회 회장>

 

 ▶학력
 외과 전문의

 1975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86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1986 ~ 1988 미국 루이빌의대 연수

 ▶경력
 1986 ~ 1991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조교수
 1991 ~ 1997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부교수
 1998 ~ 2016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
 1996 ~ 2001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장
 2001 ~ 2005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외과과장
 2008 ~ 2014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2016 ~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외과, 유방갑상선암센터 교수

 ▶활동
 2015 ~ 2009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 심의위원
 2007 ~ 201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의료기술위원
 2011 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 대회장
 2013 국제의료기술평가 학술대회(HATI) 사무총장
 2013 ~ 2015 보건복지부 근거창출사업단 소위원회 위원장 

 ▶주요업적
 1980년대 후반 국내 최초 유방보존술 도입
 1984년 국내 최초 유방암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용체 검사실 개설
 1997년 보건복지부 유방암 치료 개발 주연구자 선정
 1998년 가톨릭의대 postgraduate scientific award 수상
 1998년 국내 최초 유방질환 전문센터 유방센터 개소
 1998년 국내 최초 환우를 중심으로 유방암 환자들의 재활 및 재기를 위한 가유회 설립
 1999년 유방암 조기 진단 시약 브레첵(Breacheck) 개발

 ▶학회활동
 2003 ~ 2005 한국유방암학회 초대 이사장
 2005 ~ 2009 대한임상종양학회 이사장
 2012 ~ 2014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저서
 1998년 ABC of Breast Diseases. 고려의학
 2002년 Update in Breast Cancer Therapy. Scientific Communications Ltd
 2003년 외과의 최신지견 . What's New in Surgery ?. 메드랑,의학문화사
 2004년 A Practical Guide to Breast Cancer. 진기회
 2005년 유방학. 일조각
 2009년 유방암 A Practical Guide. 바이오메디북
 2009년 유방외과 요점과 맹점. 바이오메디북
 2010년 외과수술아틀라스. 바이오메디북
 2011년 (Current principles and clinical practice of) surgery. 군자출판사
 2013년 Evidence-based PRACTICE A Primer for Health Care Professionals. 엘스비어코리아(유)
 2017년 외과학 (제2판). 군자출판사

 ▶2017년 진행중인 연구 및 임상계획
 1) 전이성 유방암의 표면 표식인자 bd14 발굴및 특성분석에 관한 연구
 2) 진행성 고형암 대상 IL7 phase1 연구
 3) 장기이식후 발생하는CMV및BKV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백신에 관한 연구
 4) 암수술후 재활 클리닉(New life style change program)
 5) 장면역 연구포름(gut bio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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