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타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지식을 가진 인사들을 국가정책의 수립에 참여시켜 반영시키기 위하여 여러 방법이 강구되어 왔다. 70년 중반에서부터 채택되어 온 두드러진 한 방법으로 대학교수가 장관·국회의원 등 그 직을 그만둔 후, 정년이 남아있는 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따라 대학의 전문가를 행정담당 책임자, 국회의원 또는 청와대 보좌진으로 대대적으로 영입할 수 있게 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렇게 대학교수가 대학을 떠나 행정부 또는 국회로 갔을 때, 주로 세 가지 현상을 보였다. 첫째, 그동안 TV 등에서의 발언내용, 신문에서의 강연·대담의 내용 등으로 보아 대통령 내지 현 정부의 편에 기울어져 있는 인사가 많았다. 특히 대통령과 출신지역이 같은 경우도 있었다. 다시 말하면 요새 말로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행정부 취임, 국회의원 진출 후에도 거의 대통령 뜻에 맹종하다시피 하는 인사가 되어 갔다. 그리하여 정책이나 언행에서 현 정부 추종적이고, 반대자들의 더 많은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초래하곤 한다. 누가 뭐래도 국가정책과 정치인의 정책·언행은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한 형평적이면서도 개혁적·설득력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개혁정책의 실현에는 많은 계층의 이해 대립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경제적으로 이해대립이 가장 현저하다. 다시 말하면 대학교수가 행정 각료·보좌진 및 국회의원으로 영입될 때, 현대통령 내지 정부정책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그 영입이 어렵다는 점은 나도 이해한다. 그러나 정권은 일정기간 동안만이나, 국가는 영원한 것이고, 다원적이다. 따라서 역사에 남을 일을 하는 관료·보좌진 및 국회의원은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고, 제반세력을 조정하는 언행을 하여야 한다. 둘째, 전문지식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말을 하는 인물이 정치 등에 참여하여서는 ‘정치의 늪’에 빠져들고 마는 현상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그때 나의 집은 잡화상을 하고 있었고, 어린아이들이 상점구석의 과자·물건을 훔쳐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주 사나운 개(犬)를 물색하여 상점기둥에 묶어두었다. 그 후 그 맹견으로 잡도둑은 방지할 수 있었으나, 맹견이 무서워 물건을 구입하러 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고객이 올 때마다 개를 짖지 못하게 하였으나, 한 5개월 후에는 그 개가 경비구실을 전혀 할 수 없는 강아지로 변하고 말았다. 견강부회일지 모르나, 현 정부에 각료·국회의원으로 영입된 인사들은 초심을 다 잃고, ‘조직맹종’의 인사가 되어 버리는 것을 수차 보았다. 셋째, 퇴임 후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을 떠날 때 그 정년이 거의 다 외었을 때는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나, 장관·보좌직 및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복귀하였을 때 교수직이 보장된다고 하나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보충하여 강의를 맡고 있거나, 기타 사정으로 원래의 교수직 복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학을 떠나기 전과 다른 대학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 학문적 공백기로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학내 분위기는 학교를 떠나 활동하던 인사를 좋지 않게 보는 풍토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였다. 여하튼 이 세 번째의 정황도 유능한 인물의 정부의 진출, 국회의원 진출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학교수의 관계·정계 진출의 단점이 되고 있는 이상의 세 가지 사항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 고민이 있다. 내가 50여 년간 바라본 상황은 대학교수가 대학을 떠나 활동하는 경우, 성공한 예를 별로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바라건대, 학자들의 ‘타세계로의 진출’은 학문적 손실로만 이어진다면 백해무익이다. 최근에도 학계를 떠나 관계·정치인으로 변신한 인사들이 많은 바, 그들은 제몫을 다해주기만 바란다. 그들이 대통령 및 현 정치세력과 기본정책이 일치하여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쪼록 형평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추진되길 바란다. 지금 많은 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 사람이 시행하는 문제라 두고 볼 일이지만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겠다는 의욕에 대하여는 지지를 보낸다.


송희성 前수원대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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