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같은데 근로시간만 단축… 용역 계약 맺은 근로자 59명
임금상승 효과없이 업무량만 증가… 휴게시간·장소 등 복지도 열악

▲ 청소노동자에게 허락된 유일한 휴식공간. 무릎도 제대로 펴기 어려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정성욱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사인 신세계백화점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꼼수’ 최저임금 적용과 이들에 대한 열악한 근무환경 제공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신세계백화점 등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2007년 개장부터 위생관리 업체 SY인터텍과 용역계약을 맺고 현재 청소노동자 59명을 백화점내 환경미화 업무를 맡기고 있다.

환경미화팀은 A·B·C 3개조로 나뉘어 운영되며, 휴가자 등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30여명이 출근해 10시간(휴식시간 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 측이 최저임금 인상 후 청소노동자 근로시간은 단축시키면서도 업무량은 그대로 유지해 추가 지출은 막고 노동력은 혹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신세계와 SY인터텍은 청소노동자가 출근시간 전후 30분씩 실시하던 근무를 없애며 근무시간을 11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업무시간은 1시간 줄어들었지만 아침저녁으로 해오던 업무량은 그대로인 상황이라 사실상 청소노동자의 업무강도는 더 높아진 셈이다.

결국, 해당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임금상승안을 반영한다면 매달 20만 원가량이 추가 인상돼야 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으로 상승액은 3만 원선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문제도 상당히 열악했다.

경기점은 주차동 2층에 환복, 휴식이 가능한 사무실을 마련해 놨지만 청소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포함해 한 시간도 안 되는 휴식을 취하기에는 거리상, 위치상 이용에 제약이 많다.

더욱이 휴게시간에도 청소요청이 오면 즉각 현장으로 가야 해 사실상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업무 연장선에 놓여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백화점 내 각 층마다 마련돼 있는 직원용 휴게실은 이용할 수 없다.

청소노동자들이 매장 직원과 함께 휴식을 취하려고 하면, 백화점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실제, 일부 백화점 직원들은 청소노동자들이 해당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청소 용역업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계단이나 화장실내 비품실 등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오르자 회사가 근무시간을 단축시켜 임금은 소폭 상승한 데 반해 업무량은 그대로여서 더욱 힘들어졌다”며 “직원 휴게실에서 쉬면 사무실 직원들이 사진을 찍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 계단이나 화장실에 잠깐 걸터앉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경기점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은 직원에게 보다 많은 휴식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지 추가지출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진 촬영은 들어보지도 못 했으며, 청소노동자도 얼마든지 직원 휴게실에서 휴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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