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태동부터 정치적인 행사였다. 고대올림픽은 제우스를 위한 제전이자 늘 전쟁상태였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잠시 휴전을 하고 평화(!)적인 군사경쟁을 하는 장이었다. 쿠베르탱에 의해 부활된 근대올림픽은 히틀러 나치즘의 선동에 기여하였다. 서울올림픽은 전두환 독재정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만든 글로벌 스포츠 쇼였다. 냉전시대의 올림픽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체제경쟁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도구로 하는 세계적인 정치이벤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올림픽을 순수한 글로벌 체전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이 남북한 화합의 장이 된 것은 올림픽이 가지는 정치적 의의를 가장 잘 살린 것이며, 올림픽에 대해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는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게도 청신호이다. IOC는 각종 비리와 스캔들, 그리고 올림픽의 과도한 상업화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올림픽 개최국은 행사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많은 비용을 들이는데 비해 IOC는 자신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올림픽으로 인한 각종 권리와 수입을 독차지하고 있다. IOC는 상업적인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된 올림픽을 통해 특권적 이득을 얻는 글로벌 이익단체이다. 따라서 진보적 성향의 그룹은 올림픽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보수적 성향의 그룹들은 특히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에는 올림픽 유치에 매진하게 된다.

물론 올림픽 개최가 가지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 서울올림픽 개최로 한국과 서울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또한 후진국들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적 기준에 맞도록 민주주의와 개방화를 확대하기도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개발 사업이 촉진되고 도시나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어 경제적 이익도 발생된다.

문제는 올림픽이 끝난 후이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장밋빛 미래는 제시되지만 실제 이득은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설업자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주로 돌아간다. 올림픽시설 건설로 인해 다른 사업들이 지체되어 지역민들이 고통을 겪기도 하고 과도한 인프라 구축은 재정을 낭비시키며 10년이 넘는 준비기간은 초기 비용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하면서 지역민들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처럼 올림픽 개최를 위해 희생한 주민들과 국민들에게 올림픽이 끝난 후 남는 것은 쓸모없는 인프라들과 빚 부담뿐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올림픽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거나 일자리가 창출된 적은 거의 없다. 역대 올림픽 중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올림픽은 1984년 LA올림픽뿐이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최를 위한 거대한 적자는 그리스 재정위기의 주요 요인의 하나였다는 평가도 있다. 동계올림픽은 시설의 특수성이나 스포츠의 제한적 특성으로 인해 환경적·재정적 폐해가 일반 올림픽보다 더 크다. 일본 나가노는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스키리조트를 꿈꾸었지만 지금은 관광객도, 일자리 창출도 없이 재정적자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고 올림픽시설은 주차장이 되었다고 한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캐나다 밴쿠버나 러시아 소치도 모두 거대한 적자부담을 안았다. 소치는 지금도 이용객이 거의 없는 새로운 철도까지 건설해야 했다. 이러한 동계올림픽 개최의 문제로 인해 독일 뮌헨과 스위스 생모리츠는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을 포기하였다.

기왕에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었으니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마무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북한의 올림픽참가를 계기로 북한리스크가 완화된다면 이는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이제 정부는 평창올림픽 이후 국민들과 지역민들의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지에 대한 계획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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