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 살 곳 마련할 것"
수원시, 등단 60주년 행사 재검토

성추행 가해자로 논란이 일고 있는 고은 시인이 수원시가 마련해 준 광교산 자락의 주거 및 창작공간에서 이주의사를 밝힌 가운데 18일 오후 현 거주지인 수원시 상광교동 문화향수의 집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노민규기자
성추행 논란을 겪고 있는 고은(85)시인이 결국 수원시를 떠난다.

2013년 안성을 떠나 수원 광교산 자락으로 이주한 지 5년만이다.

고은 시인은 18일 고은재단 관계자를 통해 “올해 안에 계획해뒀던 장소로 이주하겠다”고 수원시에 공식적으로 뜻을 전달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성추행 논란 등으로 더 이상 수원시에 누가 되길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 고은 시인
고씨는 광교산 문화향수의 집을 떠나 계획해뒀던 장소로 올해 안에 이주할 계획이다.

고은재단 관계자는 “고은 시인이 지난해 5월, 광교산 주민들의 반발(퇴거 요구)을 겪으면서 수원시가 제공한 창작공간에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이주를 준비해왔다”면서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곳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씨는 시인 최영미씨의 시 ‘괴물’을 통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바 있다.

사정이 이렇자, 수원지역 여성단체는 고은 시인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라는 긴급성명을 낸 데 이어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주민들의 고은 시인 퇴거를 촉구하는 민원이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번 결정에 광교상수도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특혜 시비도 영향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광교산 주민들은 "우리는 47년간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법으로 피해를 보는데, 수원시는 고은 시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며 "고은 시인은 광교산을 떠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고씨는 수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고씨의 이주 결정을 받아들이는 한편,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려 했던 문학 행사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고은 시인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고 있다"며 "수원시가 특혜를 주고 있다는 등의 논란을 없애려는 시인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으며 고은문학관 건립과 관련해서는 재단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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