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발암물질인 벤젠 등 각종 유해물질이 근로자에게 노출되는 정도를 분석한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가 산업재해 신청을 한 근로자나 유족들에게 전면 공개된다.

그동안 정부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부분 공개만 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한 지난 1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해당 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한다고 18일 밝혔다.

또 앞으로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적극 공개하기 위해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 지침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산재신청을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업장 내 유해물질 목록과 인체에 노출되는 정도 등 상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산재 입증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 모 씨의 유족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 공개를 청구했다.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평가한 결과를 기재한 것으로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다.

하지만 천안지청은 보고서가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비공개 방침을 정해 유족과 고용부 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진행돼왔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1심에서는 보고서의 측정위치도 등 일부 내용이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의 비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유족의 청구가 기각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대전고법은 측정대상 노동자 이름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공개하도록 판결했다.

대전고법은 “측정위치도가 기업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비밀이라고 해도 ‘사업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고법의 판결 취지를 수용해 상고하지 않고 유족 측에 측정대상 노동자 이름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공개키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보건학회에서도 유해물질 등에 관한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류인 추세”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적극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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