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공시가격 10년만에 최대 상승…서울 공동주택도 크게 오를 듯
연내 보유세 인상 추진…다주택자 세부담 '고민' 커져

올해 정부가 발표한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하고 있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는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보유시점에 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매기는 근거가 된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 그만큼 세금도 오른다는 말이다.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 상승은 오는 4월 말 발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지방의 아파트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도 지난해(4.44%)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상승 외에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쪽으로 보유세 개편도 추진중이어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1단계 : 공시가격 올려 보유세 높인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표준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5.51%로, 2007년(6.01%)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평균 5%를 넘은 것은 2012년(5.38%)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표준 단독주택 22만가구중 종부세 대상이 되는 9억원 초과 주택수는 지난해 1천277가구에서 올해 1천911가구로 무려 50% 가까이(49.6%) 증가했다.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7.92% 인상돼 역시 2007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표준 공시가격은 전국 396만 가구에 이르는 개별 단독주택의 산정 기준이 돼 4월에 지자체가 발표하는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올해 땅값을 매기는 공시지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 12일 발표된 전국의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6.02%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43% 하락세를 보인 2009년 이후 최대치로 상승했다.

 이처럼 주택과 토지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공시지가가 크게 뛰면서 당장 올해부터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인 1가구 1주택자는 재산세만 부과되고 전년도 세액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세부담 상한(105∼130%)도 있어 당장 인상폭이 크지 않다.

 그러나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각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이 6억원만 넘으면 종부세가 부과되고 세부담 상한(150%)도 재산세보다 높아 체감 효과가 커진다.

 실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공시가격 36억2천만원짜리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26.13% 오르면서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부담액이 총 2천426만원으로 작년(1천710만원) 대비 42%나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상승률에 비해 보유세 부담이 훨씬 큰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 인상폭이 가파를 경우 종부세 대상인 일부 고가주택은 보유세가 전년도 세부담 상한(150%)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지가 상승은 토지 보유자들뿐만 아니라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보유세에도 영향을 준다.

 상업용 부동산은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 건물은 시가표준액으로 보유세를 산정하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오르면 그에 비례해 보유세도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말 발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단독주택과 공시지가보다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최근 1, 2년 새 가격 상승폭이 컸던 서울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률이 지난해(8.12%) 수준을 뛰어넘어 두 자릿수대 상승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공시가격 인상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에 지난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면서도 강남 등지와 고가주택은 상승폭을 좀 더 높게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의 경우 서울 강남권의 시가 20억∼30억원대 고가주택은 공시가격 상승폭이 20∼30%에 달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한 감정평가사는 "1년에 한번 발표하는 공시가격은 시세 변화보다 비탄력적이어서 최근처럼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할 때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격이 비교적 규격화된 아파트보다 시세가 천차만별인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고가주택의 상승폭을 의도적으로 꽤 높인 것같다"고 말했다.

 ◇ 2단계 : 보유세 개편으로 '협공'…종부세율·공정시장가액비율 손댈 듯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법은 공시가격 조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새 정부 들어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자 본격적으로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집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공평과세'의 취지도 있지만 갭투자 등을 통한 투자수요가 늘어가자 보유세를 올려 투기를 막고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속내도 있다.

 여당이 먼저 깃발을 꽂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종부세 강화를골자로 하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공시가격의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높이는 동시에, 각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참여정부의 종부세 도입 당시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과세표준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0.75%에서 1%로, 12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1%에서 1.5%로 각각 상향했다.

 또 '초고가주택'인 50억원 초과 94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1.5%에서2%로, 94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2%에서 3%로 높인다. 세율이 최고 50% 인상되는 것이다.

 대신 실수요자인 1주택자는 공시가격 대상을 9억원에서 12억원 초과로 완화해 종부세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을 너무 높이면 집부자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재산세가 함께 올라가는 문제가 있고, 집값 하락에도 대비해야 해 시세 수준으로 마구올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부족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종부세율 인상으로 보완해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늘리려 할 것"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에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한 뒤 8월께 발표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구체적 안을 확정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내 법안 통과를 가정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이어 종부세율이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보유세 폭탄'으로 인해 동요하는 집부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종부세 등 보유세 폭탄을 피하려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주택을 매도하는 등 보유 주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WM사업부 원종훈 세무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보유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버티기가 가능하지만 최근 투자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구입한 갭투자자 등은 양도소득세 중과에 이어 앞으로 보유세 걱정도 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중소형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 합산 과세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전향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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