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가 마지막 6라운드에 접어든 가운데 최하위 안산 OK저축은행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팀들의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부대’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OK저축은행은 19일 현재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에서 승점 25(7승 24패)로 꼴찌에 머물러 있다. 6위 우리카드(승점 37·11승 19패)와의 격차가 커 2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승점 자판기’에 그치던 OK저축은행은 이달 들어 2승(3패)을 올리면서 껄끄러운 상대가 됐다. 

지난 9일 올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우리카드를 3-0으로 완파해 9연패에서 탈출했고, 17일에는 승점 3 확보가 절실한 수원 한국전력을 3-1로 제압했다. OK저축은행을 꺾고 봄 배구 불씨를 살리려던 한국전력은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OK저축은행은 2014~15시즌과 2015~16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뒤 지난 시즌 꼴찌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가 기대에 못 미쳤고, 국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도 뼈아팠다. 

하지만 반등을 노린 이번 시즌에도 결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 했다. 트라이아웃 1순위로 뽑은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브람을 시즌 도중 내보내고 마르코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먹히지 않았다.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창단 이래 최다 연패(9연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남은 경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랫동안 부진하던 마르코(라이트)가 최근 승리한 두 경기에서 각각 23점(공격성공률 65.38%), 20점(53.33%)으로 활약한 건 고무적이다. 송명근과 송희채, 조재성 등 국내파들도 고루 제몫을 해줬다.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 뒀다. 21일 우리카드, 28일 의정부 KB손해보험(승점 46·4위)과 맞붙은 뒤 다음 달 삼성화재(승점 53·2위)와 인천 대한항공(승점 52·3위), 현대캐피탈(승점 65·1위)을 차례로 상대한다.

현대캐피탈이 사실상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이 2위 경쟁을 벌이고 있고, KB손해보험이 뒷심을 발휘하며 추격하는 양상이다. V리그 남자부는 3·4위 팀의 승점 차이가 3점 이하면 단판승부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승점 1에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꼴찌 OK저축은행이 어느 팀에 고춧가루를 뿌릴지 관심이 쏠린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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