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관리자 자격취득 쉬워… 관리소장이 취득해 '셀프점검'
지적사항 수정 거부 땐 해고도… 소방점검 경쟁 입찰로 바꿔야

#소방시설관리사인 A씨는 지난해 12월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로부터 소방 종합 점검을 의뢰 받았다. 당시 A씨가 종합 점검을 통해 지적한 사항은 60여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 관계자는 지적 사항이 너무 많아 보수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될 우려가 있다며 지적사항을 축소·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안전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이 아파트 관계자는 “다시는 의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A씨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안양의 한 건물 관리 소장인 B씨는 건물주로부터 소방시설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수료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작동점검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시였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교육 이수 후 해당 자격증을 수료한 B씨는 건물내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건물주에게 알렸다. 하지만 건물주는 “해고당하기 싫으면 별도의 문제제기는 하지말라”는 당부를 남겼다. 소방관을 정년퇴임하고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한 B씨는 결국 건물주의 말을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소방시설안전점검이 사실상 건물주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식)’ 행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주가 소방시설안전점검자들을 계약 등을 통해 고용하는 방식이다보니, 건물주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 ‘갑질’을 통해 문제를 덮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소방안전점검대상 건물은 7만7천158개소에 달한다.

소방안전점검은 매년 2회씩 실시되며, 건물 규모가 5천㎡이상, 다중이용시설은 2천㎡ 이상일 경우 자동소화설비를 갖출 경우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그 이하의 규모일 경우 작동기능점검만 실시하면 된다.

종합정밀 점검의 경우 국가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소방시설관리사만이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소방시설관리사와 계약하는 주체가 건물주이다 보니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은 구조다.

소방시설관리사를 보유한 C씨는 “현장에서 협의와 회유를 받는 경우는 다반사”라며 “협박까지도 받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소방시설관리사는 건물주의 협의를 거부해 부당하게 계약 종료를 당해도 법적으로 구제 받을 방법은 없다.

작동기능점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동기능점검의 경우 소방시설관리사와 일정 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을 소지한 소방안전관리자가 이행할 수 있는데, 일부 건물주들이 관리소장들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해 ‘셀프 점검’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방시설점검이 사실상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관계자는 “돈에 눈이 멀어 건물주 말대로 점검표를 조작해주는 일부 소방시설관리사, 당장 소방 시설 수리·교체 비용이 아까워 교체하지 않는 건물주도 문제다. 이를 제재할 방법은 법에 명시된 대로 모든 책임을 건물주에게 물어야 한다”며 “또 소방시설점검만큼은 수의 계약의 형태가 아닌 경쟁입찰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형아 기자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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