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패한 단일팀 골리 신소정이 박철호 북한 감독, 새러 머리 총감독, 코치와 차례로 포옹하고 있다. 머리 총감독을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
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을 이룬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여정을 마감했다.

5전 전패에 2득점, 28실점의 초라한 성적표지만, 남북의 자매가 하나가 돼 투혼을 발휘하던 모습은 그 자체로 금메달감이었다.

단일팀이 결정된 것은 지난달 20일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대표단이 모여서 합의에 이르렀다.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으로 올림픽 사상 첫 남북단일팀 선수단이 꾸려졌다.

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이 결성됐다는 소식에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을 비롯해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패닉에 빠졌다.

국민적인 시선도 곱지 않았다. 남북단일팀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논란은 뜨거웠다.

사흘 뒤인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을 맞이하는 한국 선수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한 선수는 “(단일팀이) 망하지 않으려면 (북한 선수들과) 잘 맞춰봐야죠”라고 했다. 솔직한 속내였다.

대학은 물론 실업팀 하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지금껏 달려온 한국 선수들에게 북한 선수들은 무임승차한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남북 선수들이 빠르게 하나가 됐다.

라커룸을 함께 쓰고,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같은 라인에서 손발을 맞추면서 남북 선수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훈련 때는 진지하지만 잠시 쉴 때면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또래 친구 같았다.

미국 입양아 출신 박윤정(마리사 브랜트)과 이진규(그레이스 리)는 북한 김은향과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도 찍었다.

지난 4일 축구의 페널티킥에 해당하는 승부치기 훈련 때는 북한 려송희가 나오자 한국 선수들이 “려송희 언니 힘내요”라고 외쳤다.

머리 감독은 “남북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러면서 경기를 준비한다”고 했다.

한 외신 기자가 ‘북한 선수들도 춤을 췄느냐’고 묻자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도 춤을 췄다.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케이팝 댄스를 가르쳐주더라”라며 웃었다.

북한의 황충금은 개회식 남북 공동 기수로 등장했다.

남북의 에이스인 박종아와 정수현도 개회식 성화 봉송에 깜짝 등장해 성화를 맞잡고 높고 긴 계단을 올라간 뒤 최종 주자인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성화를 넘기며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단일팀은 짧은 기간 안에 하나로 똘똘 뭉치며 지금은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 중인 남과 북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남북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며 “이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의 앤젤라 루제로 IOC 위원은 “단일팀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단일팀의 여정도 막을 내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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