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시 봄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아직 아침저녁 공기에는 냉기가 흐르지만 저마다 새해, 새 학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설렘이 가득하다. 한 카피라이터는 어느 잡지에서 봄을 이렇게 정의했다. 봄에게 배울 점은 딱 하나, 뛰어난 위치선정. 추운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냥 평범한 계절이었다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올해 봄은 특별히 따뜻하고 반갑다. 365일 추운겨울과 같은 사회복지실천가 처우를 개선해보고자 사회복지사의 수장으로서, 공제회 초대 이사장으로서 10여 년간 봄을 애써 모르고 지내왔는데 이제 모든 임기를 마치고 사회복지사 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사회복지실천가 처우개선은 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 발전과도 직결되는 오랜 염원이었던 만큼 여전히 나아가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꿀벌이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해 수천 개의 꽃을 방문하듯이 현장의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현장 종사자의 봄날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것이며, 그 길목에 여러분이 계속해서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공제회와 같이 발전에 대한 필요성과 열망은 가득하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족한 조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필자는 다양한 조직에서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특히 사회복지공제회의 지난 6년은 나를 포함한 여러 임원들의 역량과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 들게 하였다. 지금 리더십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어쩌면, 사회복지 종사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봄날을 위해 내가 후배들에게 공유해야 할 당연한 소임이 아닐까 한다.

넓게는 한 나라, 작게는 한 가정에서도 ‘리더십’은 중요하다. 정부수립 최초 대통령 파면이라는 위기를 겪은 우리는 더 이상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리더십에 대해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리더십의 덕목은 다양하고 관련 책만 수백 권이지만 필자는 무엇보다 ‘신뢰’와 ‘겸손’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다.

미국의 유명 리더십 명강사인 존 맥스웰은 그의 저서 ‘리더십 불변의 법칙’에서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하는데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산책일 뿐이다’ 라며 지도자와 부서원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부서원들은 지도자의 지시 내용에 앞서 지도자 개인의 역량을 먼저 판단하며, 신뢰받는 지도자의 말과 행동에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논어에도 ‘군자는 신뢰받은 후에 백성을 노고롭게 하는 것이다. 신뢰받지 못하면 백성들은 임금이 자신을 학대한다고 여긴다’는 구절이 있다.

직장 내 다양한 노사갈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불신에서 비롯된다. 신뢰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꼰대가 되고, 그의 가르침은 학대가 된다. 불신으로 인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조직에서는 별도 규정을 만들고 담당자를 지정하며, 관련 진행 및 고소·고발 등의 행정절차를 위해 비용을 지출한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의 여러 가지 사건사고, 갈등, 폭로 등을 눈여겨 볼 때 각박한 현대사회의 이러한 행태가 비단 지도자의 자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 지도자가 앞서 검증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지도자는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겸손해야 한다. ‘그대를 보고 절하는 것이 아니오, 그대의 감투를 보고 절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본인이 서있는 위치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만인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는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집집마다 부유하고 사람마다 화목하고 즐거운 세상)을 꿈꾸었다.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고 그에 따른 차별이 당연했던 유교사회에 얼마나 앞선 생각인가. 대한민국 복지가 한 발짝 나아가 집집마다 화목하고 즐거운 세상을 만들고 우리, 함께, 언제나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신뢰와 겸손의 덕목을 갖춘 지도자가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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