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사청문제 첫 도입… 연정위원장으로 자치분권 실현
막대한 예산권 넘겨받은 경기도의회, 일부법령 위반… 공직사회 타격
전문가 "정책과시용" 낙제점

지방자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한 정치실험, 경기연정(聯政)이 오는 28일부로 공식 종료된다.

2014년 8월 5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여·야 대표단이 서명한 ‘경기연정 정책협의회 합의문’으로부터 시작된 연정은 3년 6개월의 시간을 거치며 여러 기록을 남겼다.

경기연정은 지방자치사(史) 처음으로 집행부와 의회가 권력을 공유하며 협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와 그로 인한 부작용들은 연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인구 1천300만 명의 거대 지방정부에서 첫 시도함으로써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경기연정의 빛과 그림자를 되짚어본다.



◇明 ‘지자체 한계 극복, 첫 시도 의의’= 경기연정은 집행부와 의회간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돼왔던 한국 지방자치사에서 합의를 통해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성적으로 행정을 운영하던 패러다임을 깨고, 경기도가 앞장서 새로운 정책들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기관 인사청문’ 제도다. 2014년 8월 29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간 연정 합의에 의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입된 공공기관 인사청문 제도는 측근 비리, 낙하산 인사 등으로 대표되던 공공기관장 채용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경기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구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구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연구원, 경기문화재단, 경기도일자리재단 등 사업규모와 정책적 역할이 큰 기관장을 임용하기 전에 도의회를 통해 도덕성과 정책역량을 검증 받음으로써 공공기관의 청렴도 제고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도지사의 재량으로 임명돼왔던 이들 공공기관장들의 임용 권한의 일부를 도의회에 넘긴 것은 연정의 기본정신인 협치를 실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2015년 4월 6일 광역단체 차원에서는 전국최초로 도의회에서 통과된 생활임금조례 개정안도 연정을 통해 합의를 이뤄낸 성과다. 이밖에도 경기연정은 민관협력을 통한 메르스 조기 극복, 지방장관의 대체적 형태인 연정위원장 제도 도입을 통한 자치분권 실현 시도, 연정실행위원회를 통한 연정과제 이행 점검 및 관리 등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暗 ‘무너진 행정·의정 경계, 무분별한 예산편성 부작용’= 대한민국 지자체 최초로 시도된 정치실험으로 주목받은만큼 경기연정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도 짙다. 사전에 준비가 되지 않은채 갑작스럽게 도입된 탓에 숱한 시행착오를 낳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도의회에 권한이 넘어간 ‘자율편성예산’이다.

경기연정은 1기 연정합의문 20개항에 이어 2016년 2기 연정합의문을 통해 도의원들이 제안한 연정사업을 288개로 확대했다. 올해 편성된 예산만 1조6천여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들 중 일부가 행정·법리상 오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어기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공직사회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 국민권익위가 실시한 2017년 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의 내부 청렴도 평가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4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2013년 6위, 2015년 9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내부 청렴도 하락 원인에 대해 일부 도청 직원들은 경기연정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연정사업예산의 문제점들이 연이어 적발되며 많은 공무원들이 징계를 피하기 어렵게 됐고, 중대한 사안은 사법당국의 조사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 집행부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예산들이 도의회의 예산 심의 과정을 거치며 ‘신규부기’라는 형태로 추가되며 공직사회에서는 업무의 불합리성과 과부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져왔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방장관제 도입을 추진하다 행자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대체 도입한 연정위원장 제도도 의정이 행정의 영역을 넘어 간섭한 사례로 남았다.



◇전문가 “진정한 의미 연정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전문가가 바라본 경기연정의 점수는 사실상 낙제점에 가까웠다. 류홍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연정은 의미적인 부분에서 바라봤을 때는 협치를 통해 도정을 이끌겠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연정의 기본개념을 넘어 정책과시용으로 활용되거나, 도지사가 도정을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류 교수는 이어 “당초 연정은 당 대 당간에 정책을 공유하고 나누는게 본 개념으로, 어느 하나의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서로 유사한 정책을 가진 정당이 모여서 협력한 것에서 유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연정은 당시 여당이었던 남 지사가 주도해서 시작된 도의회 민주당과의 협약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연정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연정부지사, 연정위원장 등 의정이 행정에 끼어들며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하는 의회의 역할이 깨져버렸다”고 평가했다.

황영민·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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