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노선영(왼쪽)과 김보름, 박지우가 트랙을 돌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팀워크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작전을 둘러싸고 감독과 선수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런 불화의 배경에는 한국 빙상의 고질적인 병폐인 파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선영(29·콜핑팀)·김보름(25·강원도청)·박지우(20·한체대)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8개 팀 가운데 7위에 그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가 된 건 아쉬운 성적이 아닌 팀플레이가 실종된 경기 내용이다. 노선영이 두 선수보다 한참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마지막으로 골인하는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 팀추월은 팀원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다. 힘들어 하는 동료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노선영은 1바퀴를 남기고 뒤처지기 시작했고, 앞서 달리는 김보름·박지우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두 선수가 노선영을 외면하고 레이스를 펼쳤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여기에 김보름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발언을 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김보름·박지우의 선수 자격 박탈 등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서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지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이 서명하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관련 부처 장관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빙상경기연맹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과 김보름의 해명을 들었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진 못 했다. 정작 노선영이 참가하지 않아 의혹은 더 커졌다. 게다가 기자회견 이후 노선영이 백 감독의 말을 반박하는 인터뷰를 해 논란이 증폭됐다.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날 노선영이 원해서 마지막 자리에 배치시켰다고 말했지만, 노선영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백 감독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작전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파벌 싸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빙상계의 반응이다. 빙상계는 오래 전부터 파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특정 학교 출신과 다른 학교 출신 사이의 주도권 쟁탈 과정에서 애꿎은 선수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빙상연맹은 파벌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지금도 변한 게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단체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다른 장소에서 훈련 받은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팀플레이 실종에서 비롯된 이번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환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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