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시끌벅적한 시장통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싶은 날이 있다.

손맛 묻어나는 순댓국과 족발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 날은 권선시장에 위치한 ‘제일순대’가 제격이다.

제일순대는 권선시장에서 16년 동안 자리 잡고 있는 대표 맛집이다.

메인 메뉴는 족발과 순댓국으로, 단골손님이 대부분일 만큼 인근 지역에서 유명하다.

점심 때는 가마솥에 팔팔 끓여낸 얼큰한 순댓국을 찾는 손님이 많다.

저녁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가기 전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지간하게 일찍 오지 않는다면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할 수도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탄생한 족발은 ‘술 도둑’이다. 야들야들한 비계에 잘 익은 김치 몇 점이면 소주 몇 병은 뚝딱이다.

제일순대는 순대와 순댓국 국물도 무제한으로 제공해 다데기를 풀어낸 칼칼한 국물이 속을 적실수록 테이블 위 빈 술병도 늘어간다.

밑반찬도 입맛을 돋구는 데 한몫 한다. 특히 제일순대표 양념마늘은 별미다. 매콤한 양념범벅을 한 마늘은 늘 인기다.

제일순대는 주인 부부가 이끌고 있다. 30년간 족발 장사를 한 아내 부모님으로부터 가게를 물려 받았다.

역할 분담은 철저하다. 족발을 삶고 간을 내는 건 남편, 김치 등 밑반찬 준비는 아내 몫이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운영하는데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져 밤 10시 전에 마감하는 일도 왕왕 있다.

주인부부는 아침 7시부터 영업준비를 하지만 점심시간이 한 차례 지나가면 또다시 저녁시간을 위해 채비를 해야 한다.

주인네는 맛에 자신이 있다. 맛을 내는 재료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다른 맛집과는 달리 흔쾌히 공개한다. 어차피 경험과 손맛이 맛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조리 핵심은 애벌 삶기과 족을 삶는데 들어가는 재료 양과 비율이다. 애벌 삶기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 한다. 제일순대 족발 맛을 결정짓는 주요 과정이다. 애벌 삶기로 족에 낀 이물질과 핏물이 제거된다.

족을 삶을 땐 흑색 물엿, 통계피, 양파 등을 넣는다. 너무 많이 넣으면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적당량을 넣는다. 족 삶기에 투입되는 추가 재료와 배합 비율은 남편만 안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다. 족발에는 피부미용에 좋은 콜라겐도 듬뿍 들어있다. 퇴근 후 동료들과 두툼한 족발 한 점 먹으러 가는 건 어떨까.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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