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물품을 수입할 때는 일반적으로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함께 납부하여야 한다. FTA 무역시대가 되면서 관세는 점차 없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관세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고 있으나 부가세는 FTA와 관계없이 내야한다. 수입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수입물품의 가격과 관세를 합한 금액의 10%이다. 수입신고할 때마다 꼬박꼬박 부가세를 내야 하니 자금이 넉넉하지 않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은 수입 부가세를 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곤 하는데, 최근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부가세를 내지 않고 물품을 수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이 수입할 때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 생겼다. 바로 ‘중소기업 부가가치세 납부유예 프로그램’이다. 수출을 주로 하는 중소제조기업이 부가가치세법 제50조의2에 따라 수입시 납부하는 부가세를 세무서에 정산 신고할 때까지 납부유예할 수 있는 제도이다. 중소기업의 수출지원과 경영 안정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7년 4월 1일부터는 혜택 범위가 확대되어 매출액 중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중견기업도 부가세 납부유예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수입할 때 세관에 수입신고를 하면서 부가세를 납부하고, 나중에 세무서에 가서 수입 부가세를 환급받았다. 그러나 부가세 납부유예 신청을 하면 수입할 때 세관에 부가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고, 나중에 세무서에서 납부해야 할 수입 부가세액과 환급받을 부가세액을 정산하면 된다. 이에 따라 수입할 때 세관에 부가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으니 당장에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은행에 가서 이자 내고 대출을 받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그럼 어떤 기업이 부가세 납부유예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물품을 수입하는 모든 중소기업이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서 ▶3년 이상 사업을 계속한 기업으로서 ▶제조업종이어야 하고 ▶매출액 중 수출비중이 30% 이상이거나 수출실적이 100억 원 이상이어야 하며, ▶세금 체납 또는 세법 위반 기록이 없는 성실한 중소기업만 이 특전을 누릴 수 있다.

부가세 납부유예 적용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관할세무서에 가서 부가세 납부유예 요건 확인 요청을 하고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세무서에서는 ▶중소기업인지 여부 ▶최근 3년간 계속 사업 여부 ▶수출비중 ▶국세 체납 및 세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요건을 충족하면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

다음으로 관할세관을 방문하여 부가세 납부유예 적용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 때 세무서에서 발급받은 확인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세관에서는 ▶관세 체납 및 관세법 위반 여부 ▶중소기업 해당 여부 등을 체크하고, 신청인에게 승인여부를 알려준다.

부가세 납부유예 적용기간은 1년이며, 수입할 때 신고납부하는 부가세액에만 적용된다. 납부유예 승인을 받은지 1년이 지나면 다시 신청하여야 한다. 한편, 세율적용 착오나 과세가격 누락 등의 이유로 덜 낸 부가세를 추가로 내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더 내는 부가세액의 납부유예는 허용되지 않는다.

2017년 12월말 기준으로 수입 부가세 납부유예 혜택을 누린 중소기업은 전국적으로 155개 기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정부가 특별히 마련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활용이 극히 저조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석오 수원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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