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증가율 전체의 3배… 높은 실업률·주거빈곤 주 원인
청년 정신건강프로그램도 없어

#안양에 거주 중인 A(28)씨는 3년 차 취업준비생이다.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 지다보니, 패배감과 우울감에 빠져 근 2년을 지냈다. 그러다 최근 환청과 환각 증상까지 생기면서 정신의학과를 방문해야 한다. 처음 A씨에게 의사 지시한 것은 신체 검사, MRI 촬영이었다. 뇌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 한 뒤 정신과 진료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에 MRI촬영 후 정신의학과 진단만 받기까지 소요 된 비용은 80만 원. 취준생 A씨는 결국 이 비용을 부모님께 받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불효도 이런 불효자가 있을까 싶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안산에 거주 중인 B(25)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금전적인 부담으로 치료는 포기한 상태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홀로 안산에 올라와 생활을 한지 5년차다.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월세 25만 원짜리 창문 없는 고시원 생활을 한지도 3년째다. 암담한 생활 속 지난해 B씨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B씨는 자살예방 전화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정신건강센터 안내와 더불어 우선은 병원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신과 진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B씨는 “그저 괜찮다는 말만 스스로에게 되새기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취업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청년들이 실업문제와 주거 빈곤 문제까지 겹치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를 치료·보호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제도 장치가 미흡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4일 통계청, 현대경제원 등에 따르면 20~34세 청년 자살인구는 2014년 1만3천836명, 2015년 1만3천513명, 2016년 1만3천92명으로 매년 1만3천 명 가량의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 인구 1만 명당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4.7%로 전체 평균 1.6%에 비해 3배가량 높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A씨의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갔다 병원 진단이 우선이라는 말에 병원 진단비로만 70만 원 가량을 지출해야 했다.

B씨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상담소에서 상담을 진행코자 했지만, 우선은 병원 진단이 우선이라는 말에 치료를 포기했다.

실제 각 지자체에서는 자살, 성인 우울증 등을 해결하고자 정신복지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우울증이나 정신증 관련 상담을 진행 중에 있으나, 진단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각 지자체에서는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 노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운영 중인 반면, 정작 실업과 주거 빈곤에 내몰린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각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무료 상담이 가능하고, 우울증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생각처럼 비용이 크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형아기자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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