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5명의 대북특사단이 방북했다. 서훈 국정원장과 투톱체제로 운영된다. 미국과 북한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양측을 모두 고려한 인선임을 알 수 있다. 특사단은 1박2일 간 평양에 머물며 북한의 고위급과 회동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특사단 방북이 표면상으로는 평창올림픽 기간 북한의 김여정 특사 방남에 대한 답방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미대화의 길을 여는 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대북 특사단 방북 추진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눈길을 끈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패럴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북미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않으면 평창올림픽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해진다. 4월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무력도발 수순이 이어진다면 북미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찾아온 남북대화 모멘텀이 사라지기 전 북미대화의 동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대북 특사단이 양 극단에 서 있는 북미대화의 접점을 찾고 북미 관계에 전환점을 가져올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창 개·폐막식에서 만난 미국과 북한 고위급은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는 모습으로 북미대화가 얼마나 난제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정부의 물밑 중재 노력에도 가시적 성과가 없었던 점만 보아도 미국과 북한을 테이블 위에 마주 앉도록 하는 일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인 비핵화에 대해 문 대통령이 중재외교를 통해 그 간극을 얼마나 좁힐 지가 관건이다.

이번 특사단 방북을 통해 어느 정도 북한의 속마음을 파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특사단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일단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해 제재와 경고 등 공세를 멈추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양측이 공감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 전제조건을 달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이 국면을 깨지 않기 위해 대화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점 등을 통해 대북 특사단이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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