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메이븐│316페이지



인간은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의존 욕구와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독립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관계 때문에 남과 다른 내 정체성이나 독립성이 침해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려면 의존 욕구와 독립 욕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관계를 좋게 만들어 보겠다며 억지로 애를 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오히려 관계를 어긋나게 만든다. 반대로 인간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면 끝내 싸우고 돌아서게 되는데, 그렇다고 관계를 끊으면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는다. 그럴 때는 적절한 거리를 둬야 한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대방과 나 사이에 ‘존중’을 넣는 것이다. 그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거나 고치려고 들지 않는 행동과,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은 나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불필요한 적대적 상황을 피하고, 감정적인 소모를 줄여 한정된 에너지를 정말로 소중한 관계에 쓸 수 있게 해 주는 현명한 선택이다.

이 책은 관계의 유형을 거리에 따라 ‘가족·연인과 나’ ‘친구와 나’ ‘직장 동료와 나’로 나누고,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자존감, 죄책감, 자율성과 독립성, 비교, 분노, 과거의 상처 등 내면의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을 제시함으로써 해묵은 관계를 풀어 나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

‘가족과 연인’ 등 밀접한 사람들과 나 사이에 필요한 거리는 0~46cm다. 사랑하고 위로하고 보호하는 등의 행위가 일어나는 거리로, 낯선 사람이 불쑥 이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면 긴장을 느끼고, 불안해진다. 이 영역에서는 가까운 만큼 의존 욕구와 독립 욕구가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친구와 나’ 사이에 필요한 거리는 46cm~1.2m다. 손을 뻗으면 상대방의 손발을 잡을 수 있는 거리로, 신체 접촉보다는 주로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적당한 친밀감과 함께 어느 정도의 격식 또한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불쑥 상대의 개인적인 영역에 침범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직장 동료와 나’ 사이에 필요한 거리로 1.2~3.6m다.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거리로, 사적인 질문이나 스킨십이 허용되지 않는 관계이기 때문에 대화에서도 격식과 예의가 요구된다. 그러므로 이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개인의 사생활을 알려고 해선 안 된다.

30년 가까이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수십만 명에 이르는 환자를 치료해 온 저자 김혜남이 10년 만에 펴낸 이 책은 자존감, 죄책감, 자율성과 독립성, 비교, 분노, 과거의 상처 등 심리학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래도록 풀지 못했던 심리적인 문제를 탐색해 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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