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vs 1.9%.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가 말한 육아휴직을 쓰는 엄마들의 비율 차다. 교사나 공무원은 75% 이상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나 비정규직은 1.9%에 불과한 것.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비율이 단순 수치로만 따지면 수십배에 달한다.

제도 혜택의 양극화가 뚜렷한 셈이다.

문제는 현 정부의 여성 일자리 정책이 이 양극화를 더 가중화시킨다는 것이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용할 제도가 더 늘어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더 어려워져서다.

정부는 지난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여성 일자리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남녀고용평등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하고, 남녀고용평등 전담 감독관을 배치해 성차별적 고용행태를 타파하겠단 것이다.

임신기 육아휴직 허용,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확대,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설치 등을 통한 경력단절 예방,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기회 제공 강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방법 등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책의 방향성에도 합격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퀘스천마크를 달았다.

제도는 긍정적이나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장 대표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나 정부 정책들은 괜찮다고 본다. 문제는 실제 일터나 현장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빠 육아 휴직을 늘리겠다는데 엄마들도 못 간다. 아빠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보려면 엄마들이 사표를 쓰고 그만둬야 한다. 제도가 있어도 쓰는 사람은 쓰고 못 쓰는 사람은 못 쓴다. 더 집중할 것은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근로감독 강화를 들었다.

장 대표는 “교사와 공무원, 민간의 육아휴직 사용 수치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비정규직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며 “특히 경력단절 부분에서 아이와 직장의 선택을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요받는다는 게 문제다. 이 부분은 근로감독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구미 새마을금고에서 ‘결혼하면 자진 퇴사 한다’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또 한 대형병원에서는 임신순번제 문제가 언론에 보도됐다. 두 곳 다 좋은 회사들인데 이런 곳에도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며 “불합리하게 퇴사를 강요하는 회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감독의 부재는 엄마들로 하여금 ‘엄마로서의 삶이냐, 아니면 여성으로서의 삶이냐’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게 했다.

이는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직업이 됐든 본인이 하고자 했던 자아실현의 길이 됐든 사회적인 경력이 완전히 차단을 당하는 상황에서 출산을 할 것인지 본인의 삶을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35만7천700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1980년대 80만명대를 웃돌던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2천명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40만 명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 결국 40만명대마저 붕괴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악의 출산율 시나리오로 생각했던 1.07명보다 더 나쁜 결과다.

지난해 경기도 출생아 수는 9만4천명이다.

경기도 역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출산율은 1.07명으로 전국 평균보다는 소폭 높았다.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출산 1·2차 대책에 10년간 80조원을 쏟아 부었고, 3차 계획에도 총 197조5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가 육아 정책의 일환으로 논의 중인 아빠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장 대표는 “아빠가 같이 육아에 참여하는 것보다 시급한 게 경력단절의 문제”라고 밝혔다.

장 대표에 따르면 2015년 전국출산력조사 결과 출산전후 취업 중인 기혼여성 가운데 44.6%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비정규직은 72%, 민간 기업은 49.8%가 경력단절 유경험자인데 반해 교사나 공무원은 11% 정도에 그치고 있다.

육아휴직뿐 아니라 경력단절도 양극화가 심한 셈이다.

장 대표는 “교사나 공무원이 모성애가 더 많고, 민간기업 다니는 엄마는 모성애가 없어서가 아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되)처럼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이 없어서 안 지켜지면 법을 만들라고 하면 되지만 법이 있는데 적용이 안 되는 것”이라며 “실효성 있게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에는 엄마들의 행복 추구권도 빠져있다.

대체교사 등 대안이 없는 아이들 방학 대란, 맞벌이 부부에도 불구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일 등은 고스란히 취업모들의 몫이다.

그나마 금전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선택의 여지라도 있으나 둘이 벌어도 빠듯한 가정 엄마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직장을 다녀야 한다.

어느 곳에도 엄마의 선택, 엄마의 의지는 없이 당연시 치부돼 왔다.

장 대표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전업주부가 된다고 해서 (엄마들이) 행복해하지는 않는다”며 “경력단절로 인한 짜증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행복권과 사업주의 이익 가운데 사업주의 이익을 너무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엄마들의 행복권이 없다보니 당연히 아이들 행복권은 논외가 됐다.

장 대표는 “엄마들의 육아휴직이 잘 안되다 보니 취학전 어린이집 영세반 등이 생긴 것”이라며 “아이들이 너무 일찍 기관에 가는 것은 부모와 같이 있어야 하는 시간을 뺏기는, 아이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제일 중요한 게 공부하는 게 아니다. 먹고 노는 게 아동기의 삶의 목적이다. 제일 중요한 걸 못하게 하니 우리 아이들이 많이 불행하고, 화가 나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육 역시 장 대표를 비롯한 정치하는 엄마들의 중요 관심사다.

핵심은 보육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높이느냐다.

최근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60%는 여전히 민간 시장역영이다.

장 대표는 “유아교육기관과 보육기관 비리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에 만연해 있다. 정부와 지방교육청 감사에서도 비리 기관이 늘 걸린다”며 “하지만 교육청 등이 적발된 기관명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벌금만 내고 계속 운영하면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보육의 질과 관련해서도 “보육기관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다. 영세반의 경우 교사 1명이 아이 3명을 돌본다. 이렇게 해놓고 보육의 질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결성된지는 채 1년이 안 됐다.

장 하나 공동대표가 한 일간지에 쓴 칼럼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3월 장 대표는 ‘엄마들이 정치에 나서야만 ‘독박육아’ 끝장낸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했다.

이후 한 달여 뒤인 4월 22일 장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엄마들이 모여 정치하는 엄마들을 결성했다.

지난해 6월 11일 창립을 선언, 현재 권리회원 100여명을 비롯해 준회원 성격의 2천여명이 활동 중이다.

당시 모이게 된 엄마들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장 대표는 백운희 활동가가 작성한 한 칼럼을 소개했다.

칼럼은 백 활동가의 사연을 중심으로 작성됐으나 대부분의 엄마들이 겪는 심경이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칼럼 속에서 백 활동가는 한국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과 고충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됐다고 밝혔다.

또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그럴듯한 양육 이론으로 포장된 과도한 책임감은 고스란히 엄마들 몫이었고, 육아와 교육정책의 시행착오 역시 아이와 엄마가 함께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허술하게 시작된 무상보육정책을 꼽았다.

엄마들은 인근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인기 높은 곳에 보내기 위해 입소 대기를 신청해야 했으며 심지어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입소대기 행렬에 동참했다.

입소 경쟁은 전업맘과 워킹맘을 심리적으로 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보육기관 정보는 부실, 결국 주변의 ‘입소문’에 의존해 정보를 찾는 개인의 역량에 맡겨졌다.

게다가 엄마의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체계를 나누면서 ‘가르기’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보육현장에 편법과 꼼수가 등장,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한 육아정책에 엄마들은 분통이 터졌다고 밝혔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엄마로서 겪는 사회적 불합리와 구조적 모순을 개선키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비영리단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엄마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모든 엄마가 차별받지 않는 성 평등 사회 ▶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복지 사회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폭력 사회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옹호하는 생태 사회다.

안경환기자

사진 노민규기자



다음은 백운희 활동가의 칼럼 중에서.

나는 비정한 엄마인가!

겨울은 유난히 아픈 계절이다. 몇 해 전 일이 생각나서다.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오전 7시, 곤히 잠든 네 살 아이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그만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행여 추울까 이불을 덮어주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그 시간에는 아이를 깨워야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다. 생후 20개월부터 기관에 다닌 아이는 한 번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는 말로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다. 그날도 그저 졸린 눈을 뜨지 못한 채 “엄마, 조금만 더 자면 안돼요”라고 작게 물었을 뿐이다. 그 말에 내 마음은 무너졌다. 아이를 낳고 70일 만에 회사에 복직했던 날도 기습 한파가 매서웠다. 스타킹조차 신지 못한 맨발을 하이힐에 구겨 넣고 바쁘게 나선 아침, 출근길에 만난 누군가에게 ‘비정한 엄마’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어린애를 두고 일하러 나왔다”고 말이다. 조용히 반문했다. “70일 된 아이를 두고 나온 엄마가 비정한가.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가 비정한가”.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조차 이어 쓰지 못했다. 당시 남편은 장거리 출퇴근을 한 데다 야근이 잦아 자연히 퇴근 후 독박육아가 이어졌다. 새벽에야 잠이 드는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꾸벅꾸벅 졸면서 일을 해야 했다. 박쥐엄마, 그게 나였다. 출산 후 업무능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기 싫어 신을 스타킹이 떨어졌는데도 챙겨두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일에 매달렸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그날, 조금 더 자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조차 들어주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간신히 잡고 있던 끈을 놓아버리기로 결정했다. 출산만 권하면서 안전망은 제대로 갖춰 놓지 않은 사회에 물음을 던지기보다, 개인적인 불행으로 문제를 돌린 것이다. 그 후 나는 내 이름보다 ‘누구 엄마’로 불리는 일이 훨씬 더 많아진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

15세 이상 54세 이하 기혼여성 중 20%가 경력 단절 상태에 놓여 있다. 숫자 속에 채 드러나지 않은 주변의 사연들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 하나 일을 그만뒀다고 가정에 닥친 어려움이 사라지진 않았다. 살림과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사회 구조는 그대로 두고, 왜 엄마들이 ‘전업맘’, ‘워킹맘’, ‘경력단절 여성’으로 분류돼 고통을 강요받아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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