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성 관련 상담기구 불신… 피해사실 알려봤자 처리 미흡
SNS 익명 게시판으로 몰려

사회 각계로 확산한 미투(Me Too) 운동이 경기도 내 대학가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이 학생들의 폭로의 장이 되고 있다.

학교 내 성범죄 관련 피해자를 보호 및 지원하는 센터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익명의 공간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경기도 내 대학 등에 따르면 도내 43개 대학교 중 9곳만이 성폭력상담소·(양)성평등상담실 등 별도의 성폭력 담당 기구를 운영 중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학생생활상담센터나 행정기관에서 관련 업무와 성폭력 상담을 병행하고 있었으며, 별도의 기관 없이 교수에게 관련 문제를 상담하도록 하는 대학도 2곳이 존재했다.

성폭력 상담소가 있더라도 상담원이 성폭력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대학생 성폭력 예방 및 대응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담소에서 일하는 상담원들 48.1%가 성폭력 사건처리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으며,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도 11.5%에 달했다.

이처럼 대학 내 성폭력 상담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학생들이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 숲’ 등으로 몰리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도내 한 대학 상담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내 교수 등과 함께 운영위를 구축해 회의를 진행하며 징계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이곳도 학교 내부 조직이다 보니 징계 처리 등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고 대나무숲 등을 통해 미투운동을 진행하는 것 같다. 정말 피해자를 위한다면 여가부·법제처 등 부처에서 내려온 독립된 기구가 각 학교 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학교 성폭력상담센터 보다 SNS에서 제보가 많은 이유는 자기를 드러내기 싫으니까 그런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학교들이 성관련 상담을 할 수 있는 기관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다. 일부 대학에서는 일반 행정직원이나 보건실직원을 상담원으로 이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성 상담쪽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근아·정성욱기자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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