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강릉김씨 시조 김주원 묘행

명주군왕(溟州郡王)으로 알려진 강릉김씨 시조 김주원의 묘는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산285(삼왕길 204-15)에 위치한다. 명주는 신라 신문왕 때 설치된 9주5소경 중 하나였다. 주는 오늘날의 도와 같은 것으로 명주는 원산에서 영덕까지 백두대간 대관령을 중심으로 동쪽(영동) 전역과 서쪽(영서) 일부지역을 일컫는다. 강릉은 명주의 중심도시였다. 김주원은 태종무열왕(김춘추)의 6세손으로 알려져 있다. 혜공왕 13년(777) 이찬으로 시중에 임명 되었고, 선덕왕 1년(780)에는 군을 총괄하는 병부령을 지내는 등 막강한 세력을 가졌다.

선덕왕이 자식 없이 죽자 왕위 계승을 놓고 김주원과 김경신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김경신은 내물왕의 12세손으로 혜공왕을 살해하고 선덕왕이 왕위에 오르는데 기여한 인물이다. 당시 왕위계승서열은 김주원이 높았다. 당연히 귀족회의에서는 김주원을 왕위 계승자로 추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살던 경주 북쪽의 북천이 큰 비로 범람해서 추대회의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이에 귀족들은 이는 하늘의 뜻이라며 김경신을 왕으로 추대하니 바로 제38대 원성왕이다. 김주원은 왕위 계승 전에서 패배하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명주로 거처를 옮겼다. 명주는 김주원의 외가 고을로 장원과 이와 연결된 세력이 있었다.

원성왕은 김주원이 명주에서 왕권과 대립할 만큼 독자 세력을 형성하자, 그를 회유하기 위해 명주군왕으로 봉하고 명주의 9군25현을 식읍으로 주었다. 지금의 원산·고성·속초·양양·강릉·삼척·울진·평해와 인제·양구·홍천·태백·영월·평창·정선·단양·청송 일원이다. 그 뒤 명주는 대대로 그의 자손들에게 세습되었다. 그러나 후손들은 신라중앙 정부에 불만을 품었다. 김주원의 아들 김헌창은 반란을 일으켰다가 한 달 만에 진압되자 자결하였다. 3년 후에는 김헌창의 아들 김법문이 또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되었다. 그런데도 김주원은 처벌받지 않았다. 그만큼 명주의 세력이 컸기 때문이다. 김주원은 강릉김씨의 시조가 되었고 그 후손들은 신라 말 호족세력으로 성장하였다.


김주원의 묘는 규모가 크고 관리도 잘 되어 있다. 묘역으로 향하는 도로를 삼왕길이라고 부른다. 김주원의 2대손까지 명주군왕직이 세습되어 3대왕이 나왔다는 뜻에서다. 홍살문을 지나면 청간사, 숭열전, 숭의재 등 3개의 사당이 차례로 보인다. 청간사는 김주원의 23세손 매월당 김시습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숭열전은 김주원의 5대조인 태종 무열왕 김춘추, 숭의재는 김주원을 모신 사당이다. 또 다른 홍살문을 지나 한참 올라가면 능향전(陵享殿)이라는 건물이 나온다. 능향전 앞쪽 좌우에는 문인석과 무인석, 그리고 돌로 만든 동물들을 배치했는데 황제릉을 흉내 낸 것 같아 어색하다.

이곳의 맥은 백두대간 곤신봉(1131m)에서 비롯된다. 곤신봉 동쪽으로 뻗은 맥이 대궁산(1008.3m)을 지나 명주왕릉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험한 산세가 순해진다. 산세가 순한 곳에 생기가 모여 혈을 맺는다. 명주군왕릉 주변의 산세가 순한 것은 곤신봉에서 이곳까지 이어진 용(산맥)의 변화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용이 크게 원을 그리듯 돌아 백두대간을 바라보고 멈추었다. 용이 자기가 떠나온 산을 바라보고 혈을 맺는 것을 회룡고조혈(回龍顧祖穴)이라고 한다. 대개 대혈이 많다. 강릉김씨가 강원도 일대의 최고 명문이 된 것은 이러한 조상의 음덕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묘역에는 두 개의 봉분이 있는데 뒤쪽은 부인 묘다. 주변의 산세는 모두 이곳을 향해 둘러싸고 있다. 묘역 입구인 수구는 좁아 내부 기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기가 보전되므로 발복이 오랫동안 유지될 터다. 주변 산 능선이 겹친 것이 모란꽃잎 같아 이곳을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반개형으로 보기도 한다. 향은 갑좌경향(甲坐庚向)으로 서향이다. 그런데도 하늘이 넓게 열려 있어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별빛이 충분하게 비춘다. 하늘의 천기와 땅의 지기가 조화를 이루니 생기가 넘치는 땅이다. 삶이 지치거든 이곳을 방문하여 잠깐이라도 생기를 받아보기 바란다. 활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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