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언론재단이 주최한 개헌 관련 포럼에서 만났다. 공히 대통령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리고 현행 몰려있는 권력을 분산시켜 협치를 이뤄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개헌의 시기와 권력 분산의 방법론이다. 여야는 이 문제에 이르자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 앞으로의 개헌 진행과정에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 알려졌다시피 이번 포럼은 제목 그대로 개헌을 말하다로 어느정도 각 당의 입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 바다. 하지만 간판급 주자격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자유한국당 김성태(비례대표), 바른미래당 이태규, 민주평화당 김광수,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각기 그 의견이 달랐다.

예상했다시피 최 의원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얘기했는데 행정부의 권한을 국회와 지방으로 대폭 이관함으로써 권력 분산을 통한 협치를 강조했다. 이렇게 민주당이 구상 중인 권력 분산은 인사권·예산권·감사권·법률안 제출권 등 4대 권한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국무위원 중 총리뿐 아니라 장관에 대해서도 국회에 동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주목을 끄는 것은 국회에 예산 수정권과 삭감·증액 권한을 부여해 정부의 예산 총액 범위 내에서 국회가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한 점이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내각제에 관해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의외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최 의원에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형식적 국가원수 역할만으로 한정시키고 총리가 행정 수반 역할을 하는 것에 동의 하겠는가”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최 의원에 이러한 발언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말처럼 대통령의 지시도 받고 국회도 존중하는 내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과제라는 지적에 고민할 여러 가지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현행 대통령 중심제와 이원집정부제 사이에서 최대한 현실 가능한 타협안이라는 제안이 그 중심에 있다는 판단이다. 사실상 총리는 내치를 맡고 대통령은 외치를 담당한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 FTA 같은 사안이 내치인지 외치인지도 모호하고 사드 역시 국방인지 경제 문제인지 모호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얘기의 중심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한다는 전제 하에 있다. 다만 4년 중임제에 관한 여야의 입장차이가 극명한 것으로 이에대한 각 당의 입장이 어느정도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얘기가 이런 식으로 돌리고 또 돌면 상황이 나아질 것은 전혀 없다. 그래도 포럼에서 정세균 의장과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은 여당 안에서도 공감을 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 굳이 여론조사를 들이대지 않아도 지금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주도적으로 개헌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심 의원 말대로 대통령은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바꾸겠다는 개헌 의지를 표명하는 것 정도로 그쳐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