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신변보호와 2차 피해방지 방안을 강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법적 조치 강화를 골자로 하는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서는 처벌을 두 배로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달 열렸던 유엔 여성차별 철폐위원회에서는 한국의 미투 운동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비난을 받거나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2차 피해의 문제를 지적하고, 한국 정부에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촉구하라는 충고도 들었다. 미투 쓰나미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만큼 여가부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으로 번진 미투는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또다른 추가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에서는 인권과 양성평등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성폭력을 휘두른 두 얼굴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의 철학과 가치가 모두 거짓이고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지지자들의 충격과 배신감은 더욱 크다. 안 전 지사의 트위터 지지모임은 지지철회를 선언하고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를 선언하며 2차 가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도 기자 지망생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철옹성 같았던 정치권으로 미투가 확산되고 있다. 여의도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연루된 것이란 경고가 무성하다. 사회적인 명망과 심지어 긍정적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들의 믿을 수 없는 이중성은 우리 사회의 썩은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그 권력 아래 있는 약자의 생사여탈권을 무기로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남성위주의 성의식과 폭력에 오랫동안 눈 감고 모른 척 한 사이 피해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고,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고도 우리가 민주사회에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새학기 대학가에서는 ‘우리가 바꾸자’는 학생들의 외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학생들의 피켓에는 ‘달라진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다’라는 각오가 적혀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가 오랜 거짓과 부도덕의 틀을 깰 시점에 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와 이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권력형 성폭력, 성차별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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