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대통령제국가이고 선거에서 표를 제일 많이 얻은 자가 정부의 각료들을 이끌고, 나라를 다스려간다는 점에 대하여 누구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다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대통령이 5년의 임기 내내 국민 다수의 지지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재임기간 중 국민의 지지율이 50%를 하회하는 경우라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이 온당치 못한 경우일 것이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각종 여론조사기관은 수시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조사발표하고 신문, TV 등 언론기관은 그것을 발표한다. 여기서 우리는 깊이 생각할 점이 있다. 첫째, 여론 조사에서 질문방법·질문내용 등이 합리적 객관성을 띄고 있느냐이다. 둘째, 그 여론조사가 어떤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여, 그들 이해관계자의 주관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만일 첫째문제에서 여론조사가 예정된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되어 있다면, 여론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 다음 조사에서 의견을 표시한 몰가치한 이해집단의 주관적 주장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면, 국가·정부의 앞날은 매우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위의 두 가지 잘못된 문제를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교과서적으로는 올바르게 국민의사가 표출될 수 있게 이론화되어 있으나,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의도한 결론이 표출되도록 하는 방법이 허다하다. 특히 이렇게 교묘히 조작된 여론조사에 의한 결과를 신문, TV 등이 그대로 발표하는 것은 신문, TV 등이 그 조작에 방조하는 결과가 된다고 본다면 논리의 비약에 해당할까. 나는 여기서 신문, TV, 라디오 등이 어떤 사실 또는 특정기관의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도, 방송할 때 유의한 점에 대하여 다음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어떤 국민층의 주장·의견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방송하는 일을 삼가하라는 것이다. 이해에 영향이 있는 자들의 국가·사회에 몰가치한 주장·의견을 만연(漫然)히 발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사실보도에 있어서, 악덕 투자자들이 그 행위를 비난하는 것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언론기관이 국가·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행위를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물론 가상화폐 거래를 당국이 허용할 때는 도박적 투기화 할 것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대처하였어야 한다. 그 점을 소홀히 한 실책을 비판하는 것은 허용될지 모르나, 투기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보도·방송은 공기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것이다. 둘째, 신문·TV 들은 가상화폐 제도가 노름판을 공식화해준 것과 다름없는 사실을 심층조사·연구하여 보도·방송하여야 한다. 일부에서 전자기술에 해가 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컴퓨터기술의 발전은 국가·사회에 해악이 되지 않아야 허용된다. 세계가 어쩌다가 이 몹쓸 제도를 허용하게 되었으나, 그 해악이 심화되자 세밀히 규제하는 방법을 내놓고 있다. 투기자들이 더 이상 투기할 수 없게 되었다든가,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잃자 그 행위금지를 비난하는 것은 절도범이 절도를 못하게 되자 그 금지를 비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다시 말하거니와 신문·방송 등은 더 이상 무가치한 해악을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방송하지 마라. 내가 가상화폐의 투기 가담한 사실이 없이 쉽게 말한다는 흠이 있을지 모르나, 사람의 근면을 도외시하고 심하게 사회의 공서양속을 해하는 행위는 조속히 고사시켜야 한다. 그 투기자들의 의견을 정권지지도와 연결시켜, 우물쭈물하는 정치논리가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는 투기자들의 표를 잃는다는 생각을 접고, 그 허용이 백해무익이라는 점을 설득시키고, 신문·TV 등은 그 폐해를 소개하는데 힘을 써주기 바란다. 제발 악덕사실의 폐지로 불이익을 보는 자들의 주장을 여론이라 하지 말라.

송희성 前수원대 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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