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북한의 대화 제의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성을 점검한 뒤 북미대화를 전격 수락했다. 백악관 관계자들도 놀란 즉각적인 결정이었다. 불과 45분 만에 5월 북미회담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취임 이후 수많은 국내외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중하게 추진해온 문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북한 측 특사 방남, 이에 대한 우리 특사단의 방북 등 남북 관계 회복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

일부에선 여전히 시간을 벌기 위한 북한의 전략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나 관계부처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전격 동의한 점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이 북미대화를 위해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나선 반면 미국은 거의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동의했다는 점 때문에 준비 부족을 걱정하기도 한다. 전격적인 대화 성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평소 성격이 작용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우리 정부가 중재 역할을 잘 했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대화 결정이 한국의 외교적 묘책 덕이라는 해외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인 건 사실이다. 북미대화 전격 수용 이후에도 미국과 북한은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며 상호 공세를 벌이고 있다. 백악관이 북한에게 회담 전 구체적 조치를 압박했고, 북한도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에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심지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렇지 않으면 만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북미대화에서 상호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 앞으로 수차례 이런 식의 밀고 당기기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미대화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비핵화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사전협상이 진행 중이며 완성되면 세계에 좋은 일'이란 말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단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로 가는 사전 정지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가교 역할을 하고, 미국과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북미대화에 임한다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한 획을 그을 역사적인 대업적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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