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반작용 ‘성차별’ 우려속 男 화장실 여성미화원 출입 등 성적 수치심 역차별 논란 점화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미투에 이어 펜스의 맞바람이 심상치않다.

문화예술계를 넘어 정·관계에까지 불어오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의 반작용으로 공직사회 내부에서 ‘펜스룰’(Pence rule)이 번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에서 유래된 ‘펜스룰’은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부적절한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하는 남성들이 직장내에서 여성과의 접촉을 일체 배제하려는 풍조를 가르킨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남성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또 한편 에서는 ‘남녀간 성 대립구도로 또다른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11일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청사내 남자화장실 청소 업무를 맡은 여성미화원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3건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 공무원들이 이용 중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공무원들이 청소를 하는 것은 ‘성 역차별’이라는 것이 해당 글들의 골자다.

사실 이같은 불만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이에 대부분 기관에서는 여성미화원의 청소작업 중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수시로 오염원이 발생하는 화장실 특성상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해묵은 논란이 다시 점화된 까닭에는 미투 운동의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기도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며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남성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화장실 문제는 이같은 인식의 일부가 반영돼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펜스룰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예전과 달리 부서나 팀 회식자리에 여성공무원들과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면서 “연말연시 회식 자리에서 술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만큼 스스로 조심하자는 목소리가 남성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확산되는 펜스룰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또다른 도 공무원은 “남성들의 불가항력적인 사태에 대비한 자구책이라고는 하지만, 사소한 식사나 차담조차도 꺼리며 무의식중에 남성과 여성간 대립각을 세우는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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