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남북 특사교환이 이루어졌으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정치·군사적 긴장의 시기가 점점 지나가는 분위기이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경제 개발 및 남북한의 공동 번영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국과 북한과의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6.25 이후의 최대의 긴장 완화라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이후 남북교류의 출발점은 아마도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 단계는 수차례 제안되었다가 폐기된 통일경제특구 개발이 될 것이다. 물론, 난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의 긴장완화에는 경기도 북부지역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의 정상화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성공단과 대응되는 통일경제 특구는 대상지 물색, 그리고 지구지정, 기반시설 설치 및 성공적인 기업 유치전략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개성공단을 현재 1단계 개발규모보다 더 확대할지, 아니면 통일경제특구를 먼저 건설할지에 대한 결정은 정부 몫이지만, 경제특구를 건설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개성공단의 기능을 보완하는 특구를 먼저 건설하고, 이를 계기로 경제규모가 커지면 개성공단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정책이 정치적 리스크 측면에서 더 나아 보인다. 개성공단은 규모도 크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북한측에 더욱 큰 의미의 먹거리였다. 그래서 개성공단 중단은 대한민국 정부의 마지막 협상카드가 될 수 있었고, 실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개성공단과 상호 밀접한 역할분담을 하는 통일경제특구가 건설되고, 하나는 북한에 하나는 남한에서 운영되면서 규모가 커진다면, 중단 자체가 남북측 모두에 큰 손해가 되기 때문에, 중단시키기 어려운 산업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더욱이, 남측의 통일경제 특구에 중국, 러시아 등의 다국적 기업이 유치된다면, 군사적 충돌 위험은 더욱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통일경제 특구가 먼저 건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기에 즈음하여 경기도 북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쉽지가 않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통일은 한민족의 기회요, 대한민국 번영의 길이라고 하였으며, 이전 정부에서는 심지어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에서 통일을 위해서 경기도 북부에 어떤 것을 만들어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을 위한 수사만 어지러이 들려올 뿐 실제로 통일 여건이 조성되어 왔는지를 한 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경기 북부지역은 경의축, 경원축으로 대표되는 남북한 교통의 중심지였다.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을 하여야 하며, 통일을 대비한 실질적인 상징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일경제특구를 건설한다고 하여도 들어올 만한 기업이 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경의축의 발전은 1번국도인 통일로가 담당해야 하나, 기존의 경의선 철도와 자유로 건설로 인하여 발전축이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에서 통일로 주변의 낙후가 가장 심각하다. 경원축은 3번 국도인 평화로가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도 3번 우회국도 건설로 인하여 낙후도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는 평화로는 지상으로 돌출된 전신주와 의정부 시가지 구간의 간판 난립으로 상징성하고는 정말 거리가 멀다. 또한 시군 경계 지역은 인도 설치도 되어 있지 않아서 보행축이 단절되어 있으며, 그 흔한 자전거 도로 및 가로수도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고, 연천군 북쪽에서부터는 심지어 편도 1 차선으로 변경된다. 이 길을 지나가다 보면, 누가 말해 주기 전 까지는 평화로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 말로는 남북통일을 외치지만, 통일을 위한 대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번 정부에서는 반환공여구역도 정부주도로 개발하겠다고 하였으며, 분위기도 남북 화해로 변해가고 있다. 경기북부를 더 이상 수요가 없어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방치하지 말고, 통일을 위한 기반시설 건설을 조속히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계란(북부 발전 및 수요 증가)이 먼저냐 닭(도시 기반시설 건설)이 먼저냐가 아니라 좀 더 큰 차원(통일)에서 경기 북부를 바라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훈 신한대 대학원 도시기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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