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이쓰키 유│소미미디어│452페이지



6년 전, 초유의 자살 사건을 일으킨 미녀 프로그래머 미즈시나 하루를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2014년 온라인 게임 ‘리빙데드·시부야’의 개발자 미즈시나 하루는 빌딩 위에 서서 드론에 공격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드론을 조작하는 이들은 ‘리빙데드·시부야’ 게임 플레이어들로 그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실상은 실제 사람이 공격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란 중 한 대의 드론은 프로그래밍된 대로 빌딩 위에 서 있던 미즈시나 하루를 ‘보스몹’으로 인식하고 총으로 쏴 죽인다.

2020년 인공지능 연애 앱 ‘프리쿠토’를 만들어낸 유명 인공지능 개발자 구도 겐은 미즈시나 하루를 완벽하게 되살리기 위해 그녀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인공지능 개발자답게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SNS상에 남은 흔적을 쫓아가며 미즈시나 하루의 삶에 도달하고자 한다. 유튜브 게임 실황과 인터넷 커뮤니티,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여성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동시에 실제로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구도 겐은 ‘아메’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그녀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에 대해 알게 되면 될수록 더 깊게 빠져들지만 조사를 계속하면 죽이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게 된다.

1980년 도쿄 출생인 이쓰키 유 작가는 프리랜서 웹엔지니어 일을 하며 소설을 집필하고 있으며 이번 작품으로 ‘제36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이쓰키 유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게임과 드론, AI 등 21세기 최첨단 기술을 소재로 삼아 ‘죽은 이의 삶을 AI 기술로 부활시킨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천재 AI 개발자가 죽은 미녀 프로그래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스토리 라인은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도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특히나 웹엔지니어인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며, 그럼에도 조금도 어렵지 않고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가상현실과 인공지능도, 결국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위한 것임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가며 이 이야기의 끝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 곧 이야기의 반전이기도 한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최첨단화되는 기술의 한계, 사랑의 의미, 인간성 등에 대해 그리고 저마다의 ‘무지개’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게 될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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