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한민국 정부통령 선거 투표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야당인 민주당은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오후에 ‘3·15선거는 선거가 아니라 선거의 이름 아래 이루어진 국민주권에 대한 강도행위’라고 규정한 뒤 선거 무효선언을 했다.

민주당의 무효 선언에도 불구하고 개표가 시작되자 이승만과 이기붕의 득표가 95%∼99%까지 나타났다. 거의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득표수였다. 조직적인 선거 조작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집계에 놀란 자유당은 부정선거 총책임자인 내무부장관 최인규에게 득표수를 하향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최종집계는 총 투표자 1천여만 명 중 대통령 후보인 이승만은 960여만 표(88.7%), 부통령 후보인 이기붕은 830여만 표(79.2%)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3.15 부정선거가 있기 4년 전인 1956년 5월 15일에 있었던 3대 대한민국 정부통령 선거는 실질적으로 자유당의 참패였다. 국부로 자임하던 이승만은 전체 유효투표자수 906만여 명 가운데 504만 6천여 표를 얻어 겨우 55%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인 신익희가 선거기간 중 갑자기 죽어 혼자 선거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 정도밖에 찍어주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자유당 부통령 후보였던 이기붕은 20만 7천152표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1945년 광복이 되고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이승만이 미국에서 귀국했다. 일제 강점으로부터 벗어난 국민들은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이승만이 자신들을 가난에서 구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는 나라의 개혁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측근들의 이익만을 위해 대통령을 권력을 부정하게 사용했고, 이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승만은 5.15 선거에서 나타난 자유당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라는 국민들의 진정한 뜻을 무시하고 강경일변도의 억압과 선거 부정으로 임기 4년간을 유지했다. 그리고 4대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반공청년단’이란 행동대를 만들고 부정선거를 은밀히 준비했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 깡패들을 대거 합류시킨 반공청년단은 해방 이후 서북청년단 이상으로 폭력적이었다. 반공청년단장 신도환은 선거 직전인 1960년 2월 말 주요간부회의를 열고 부정선거를 모의했다. 그리고 얼마 뒤인 3월 10일 신도환과 반공청년단은 자유당으로부터 부정선거 지령을 받고, 서울 시내에서 본격적으로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이들은 3.15 선거 당시 미리 받은 투표용지를 일정 비율의 표만큼 사전 투표해 투표함에 채워 넣고,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을 지도한다며 3~5인씩 1조로 투표하게 했다. 또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대대적으로 제공하고, 이른바 '어깨'들을 동원해 유권자들을 협박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선거인 명부에 올리거나 개표 때는 어둠을 틈타 개표 통을 바꿔치기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심지어 이들은 부정선거를 위해 민주당원들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부정선거로 인해 결국 이승만과 이기붕이 당선됐다. 하지만 이 최악의 부정선거에 국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선거 당일 마산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 시위는 이후 다른 지역까지 번지면서 4.19 혁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이기붕은 가족들과 함께 자살을 하고,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및 횡령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를 받은 5번째 전직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앞서 그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백을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의 수뢰 혐의 액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 활동비 17억 원, 삼성그룹이 제공한 다스 소송비 60억 원(500만 달러) 등을 포함해 무려 110억 원대에 달한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믿고 그를 뽑아주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을 배신하고 절대 권력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만 챙긴 셈이 된다.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지도자는 반드시 패망한다는 하늘의 진리를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준혁 한신대학교 정조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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