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 사진=연합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6위·한체대)이 올해 호주오픈 4강 등 지난 시즌에 비해 부쩍 향상된 경기력을 보이는 데는 위기관리 능력이 좋아진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는 브레이크 포인트와 타이브레이크 승률, 3세트 또는 5세트 등 마지막세트 승률을 더해 위기관리 지수(Under Pressure Rating·UPR)를 측정하고 있다.

정현은 이 부문에서 233.2점으로 순위권에 든 93명 가운데 8위에 올라 있다.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가 271.1점으로 1위에 올라 있고 스탄 바브링카(11위·스위스)가 249.4점으로 2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246.6점으로 3위 등이다.

그 뒤를 이어 노바크 조코비치(13위·세르비아),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8위·아르헨티나), 닉 키리오스(20위·호주), 알렉산더 즈베레프(5위·독일)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4∼7위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정현은 타이브레이크 승률에서 69.2%로 5위에 올라 있는 등 전체적으로 브레이크 포인트 및 타이브레이크 관리 능력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현이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시 서브 보다는 리턴쪽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현은 에이스와 더블폴트 비율, 서브 게임 승률, 서브 성공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서브 지수에서는 62위지만, 리턴 게임의 경기력을 종합한 ‘리턴 레이팅’에서는 9위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상대 서브를 받아내 스트로크 대결로 몰고 갔을 때 득점 확률이 높아지면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거나, 타이브레이크에서 점수를 따내는 경우가 늘어나는 셈이다.

정현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 3회전 경기에서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토마시 베르디흐(15위·체코)를 2―0(6―4 6―4)으로 물리쳤다.

1세트 초반 게임스코어 3―1로 앞섰던 정현은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베르디흐에게 잇달아 3게임을 내줘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0-40으로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상대실책과 포핸드 공격을 앞세워 4―4 듀스를 만들고 세트를 따냈다.

만약에 세트를 잃어 3―5가 됐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창원기자/cwo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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