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이면 장구를 치고 민요를 부른다. 때로는 창도 하고 춤도 추고 드럼과 색소폰을 연주하기도 한다.

성남실버국악예술단 김영자 단장(70)은 만능 국악인으로 통한다. 그는 2001년 성남실버국악예술단을 창단한 이래 현재까지 복지관과 노인대학, 어린이집 등에서 노랫가락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단장은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김영자 민속놀이단도 운영하고 있다.

60세부터 78세 단원으로 구성된 13명의 정식 단원 외에 창극을 할 때는 김 단장이 직접 가르친 경로당 어르신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김영자 민속놀이단과 경로당 어르신들이 우리가락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15일 신바람 나는 김 단장의 인생 2막을 만났다.



▷방영기 선생 만나 국악에 매료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자 단장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사업을 하는 남편을 둔 아내로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로 살다 46세가 되던 1994년 국악계에 입문했다.

정식 입문은 아니였지만 김 단장은 유년시절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하게 집 밖으로 나왔다.

당시 어느 정도 집안도 안정되고 아이들도 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세월을 안타까움으로 흘려 보내지 않고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친정 아버지가 노래자랑을 휩쓸 정도로 노래 실력이 출중했고, 오빠들도 보컬그룹에서 활동했으니 유년시절 김 단장도 악기를 다루고 노래도 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러나 3남 1녀 중 외동딸이었던 김 단장이 부모는 피아니스트보다 교사가 되길 원했다.

악기 연주에 대한 꿈을 접고 전업주부로만 살던 김 단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전수교육 조교인 방영기 선생을 만나 국악을 접하게 됐다.

민요를 접하고 스승과 주변 지인들을 무대에 세워주고 또 봉사를 하면서 흥이 났다. 50세에 어린이집에서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이 노인대학, 복지관, 주민센터 등으로 점차 확장되면서 실력도 늘어갔다.

특히 그가 기획한 ‘지게춤’은 국내 최초로 지게를 소재로 각종 율동과 소리를 엮은 민속놀이로 출전하는 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영자 민속놀이단과 실버국악예술단 등으로 전국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만 현재 50여 개가 넘는다.



▷색소폰 ‘빵~’ 소리에 기운도 ‘빵!’

밤잠을 안자고 작품구상을 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받다 보니 김 단장은 최고가 돼야 하고 최고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욕심 때문일까. 2010년 마지막 공연을 하고 60세가 되던 해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동안 왕성하게 해오던 것을 다 접을 정도로 아파서 두문불출했다. 너무 괴롭고 우울증까지 심해져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2012년 어느 날이었어요. ‘죽기전에 하나님 전당에서 청소라도 하게 해주시고 다시 한번 뛸 힘을 달라’고 간절이 기도했지요.”

김 단장은 그해 5월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슈크림빵이 먹고 싶어졌고 그렇게 음식을 넘길 수 있게 됐다.

그후 문득 색소폰이 불고 싶어 찾은 학원에서 김 단장은 ‘빵~’하는 색소폰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났을 때 “아~ 이젠 살아야 겠구나.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다. 김 단장은 대상포진으로 인해 입이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하고 아픔까지도 너무 감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일어선 김 단장은 2014년 흩어진 단원들을 모아 지금까지 가족처럼 지내며 지역사회에 소리 봉사를 하고 있다.

김 단장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봉사할 수 있어 감사하고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또한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삶은 즐기는것, 하고싶으니까 하는일을 해야

요즘 피리와 태평소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김 단장은 “삶은 즐기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즐거움이요, 하고 싶은 것을 배우며 그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면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고 전한다.

욕심을 버리고 항상 감사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김영자 단장은 해부학 교육과 연구를 위해 ‘시신기증’에도 동의한 상태다.

자신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도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두번 고민하지 않고 과감하게 시신기증을 결정했다.

김영자 단장은 “소리와 가락으로 삶의 흥겨움을 전하고 신명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며 “잊지 않고 불러주고 지원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고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sd1919@joongboo.com



◈인생2막 팁



▶자신감을 가져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버려라.

전업주부라고 해서 집에서 할 일 없이 가족들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으면 인생은 병들어 간다.

그동안 남편과 가족에게 희생했다면 용기를 가지고 집밖으로 나와라.

그리고 하지 못한 일, 하고픈 일을 찾아라.

직접 부딪혀 보면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I can do it.



▶매사에 감사해라

설사 몸이 아프더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해라.

기도하다 보니 은혜를 많이 받았다. 다시 한번만 뛰게 해 달라고. 그래서 다시 살아났다.

살아있으니 색소폰도 배우고 뭐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이 있으면 마음이 여유로워 진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라.



▶욕심을 내려놔라

좋은 기운은 항상 자신을 도와준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무리하게 된다. 내가 받은 그동안의 도움은 좋은 기운으로 매사 잘 풀리는 것이니 가지려고 움켜쥐지 말고 베풀 생각을 해라.

긍정적인 생각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함은 물론 그것으로 인해 내 자신에게도 즐거움이 된다.

즐겁게 많이 웃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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