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르딕스키 이도연의 장녀 설유선 씨가 말하는 ‘우리 엄마’
장애 내색 안 하며 ‘강한 엄마’로 세 딸 양육
“한때는 부끄러웠던 우리 엄마, 이제는 가장 존경하는 분”

‘위대한 엄마’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이도연(46)에겐 장성한 세 딸이 있다.

검찰 공무원 설유선(25), 대학생 설유준(23), 설유휘(21) 세 자매가 그들이다.

이도연은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자녀 또래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극한 고통 속에서도 모든 경기를 완주하며 많은 감동을 안기고 있다.

이도연은 10일 바이애슬론 1.1㎞, 11일 크로스컨트리 12㎞, 13일 바이애슬론 10㎞ 경기를 뛰었고, 14일 크로스컨트리 1.1㎞에서도 이를 악물었다.

단 한 번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끊었다.

이도연은 앞으로 3경기를 더 뛴다.

16일 바이애슬론 12.5㎞, 17일 크로스컨트리 5㎞에 이어 18일엔 크로스컨트리 혼성계주까지 나선다.

온몸에 담이 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도연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몸이 망가지더라도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모두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연이 순위와 관계없이 온 힘을 쏟아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평창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나 스스로 굳게 약속했다”라면서 “몸이 부서지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연의 장녀인 설유선 씨는 ‘엄마의 질주’를 바라보며 “많은 감정이 솟구친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1991년 건물에서 낙상)에 몸을 다쳤다”라며 “엄마가 자기 힘으로 서 있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엄마는 우리 자매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바위 같았던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엄마는 이런 모습을 패럴림픽 무대에서도 보여주고 싶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도연은 강한 엄마였다. 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딸들을 키웠다.

그는 장애인 탁구 선수 생활을 하다 마흔이 넘은 2012년, 육상 선수로 전향했다.

2013년엔 지구력과 체력이 필요한 핸드 사이클 선수로 변신했다.

이도연은 훈련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강하게 살고 있으니, 너희도 나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바르고 강하게 자라야 한다”

세 자매는 어린 시절 이런 엄마가 야속하면서도 창피했다.

설유선 씨는 “사춘기 때 장애를 가진 엄마가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라며 “특히 중학교 때까지 유도선수로 활동했는데, 뒷바라지 못 해주는 엄마가 원망스럽기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라고 보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우리를 키웠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평창패럴림픽에서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세 자매는 엄마의 질주가 평창에서 멈췄으면 한다.

설유선 씨는 “현재 엄마의 손은 동상에 걸렸고, 피부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일어올랐다. 시력도 크게 떨어졌다”라며 “딸의 입장에선 운동을 그만하고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도연은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평창 대회가 끝나면 다시 핸드 사이클 선수로 복귀해 2020년 도쿄 대회 준비에 나설 것”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만 50세가 되는)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도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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