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열성팬들 새벽부터 장사진…실력파 뮤지션들과 환상 호흡

미국 텍사스 주(州) 주도인 오스틴 시내 이스트 6번가는 이른 아침부터 들썩거렸다.

 고풍스러운 주 정부 청사와 한적한 텍사스대학 캠퍼스가 인상적인 이 도시는 이번 주 내내 전 세계에서 모여든 1천700여개 팀 뮤지션들의 혼을 담은 열창과 팬들의끊임없는 환호로 다운타운 전역이 쿵쾅거리는 분위기였다.

 10만 명 넘는 팬들과 2만여 명의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오가는 세계 최대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가 펼쳐진 현장이다.

 1985년부터 시작된 SXSW는 30년 넘게 이어지면서 규모를 키우고 스펙트럼을 넓혔다.

 올해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콘텐츠 산업도 행사의 큰 축이 됐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SXSW의 줄기는 음악이다.

 16일(현지시간) 음악 클럽과 카페, 바가 줄지어 있는 이스트 6번가 중심의 '더 벨몬트'에서는 K-팝 실력파 뮤지션들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원장 김영준)이 K-팝 뮤지션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위해 마련한 쇼케이스 '코리아 스포트라이트 @SXSW 2018'이 펼쳐졌다.

공연 시간은 저녁 7시 30분이었지만 무려 12시간 전인 아침 7시 이전부터 행사장인 더 벨몬트 주변에는 K-팝 팬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SXSW에서는 1천300달러(약 139만 원)가 넘는 뮤직배지를 구입한 팬은 모든 공연에 입장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팬들은 별도 티켓을 산 다음 현장에서 줄을 서야 한다.

 가장 먼저 들어와서 뮤지션이 코앞에 보이는 무대 바로 앞자리에 서기 위해 한낮 30℃가 넘는 텍사스의 땡볕을 무릅쓰고 K-팝 열성 팬들이 장사진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줄은 오전 10시께 수백 명으로 늘어나더니 오후에는 1천 명을 훨씬 넘었다. 주최 측에는 정원 1천200명인 행사장에 1천583명이 입장했다고 말했다.

 팬들은 건물 주변을 빙빙 감아 돌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입장 차례를 기다렸다.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오스틴으로 달려와 아침 6시 30분에 나왔다는 여학생 조슈아(20)는 "처음 들어가서 첫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이하이와 크러쉬를 좋아하는 팬인데 내 최고 가수는 역시 BTS(방탄소년단)"라면서 "K-팝의 모든 음악은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학교 봄방학을 맞아 음악축제 현장을 찾은 써마이아(20)는 "한국말은 모르지만 음악 그 자체만으로 K-팝을 느낀다"고 했다.

 20대 후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아침부터 와서 이렇게 기다린 건 K-팝 쇼케이스에 그만큼 기대되는 아티스트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주변을 향해 연방 입맞춤을 날렸다.

 떠오르는 힙합 신성 'DPR 라이브'의 열혈 팬이라는 교민 여학생은 "한국을 몰라도 K-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면서 따가운 햇볕쯤은 그냥 즐기면서 견디겠다고 했다.

 오후 6시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행사장의 빈자리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공연은 팬들이 기대했던 대로 열정적이었다.

 첫 출연팀인 록밴드 '세이수미'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강렬한 록비트를 구사하며 금세 팬들을 사로잡았다.

 '세이수미'(Say Sue Me)는 영어로 '마음대로 해볼테면 해보라고 말해봐'라는 도발적인 뜻을 담고 있다. 펑크 스타일의 작명이라고도 한다.

 세이수미 보컬은 "이런 큰 무대에 서다니 감격스럽다. 해외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인데 평소 하던 대로 즐기는 느낌으로 공연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K-팝 뮤지션들이 속속 등장하는 게 요즘 분위기다.

 '쇼미더머니6' 출신의 래퍼 주노플로는 장내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주노플로는 무대 곳곳을 오가며 팬들을 휘어잡았고 어느새 모든 팬들이 '핸즈 업!'을 외쳐댔다.

 힙합 래퍼 'DPR 라이브'와 R&B로 무장한 '크러쉬', 일렉트로닉 뮤직을 앞세운 '씨피카'의 무대가 이어졌다.

 SXSW 뮤직 페스티벌 총괄 디렉터 제임스 마이너의 낙점을 받은 크러쉬는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예전부터 많았다. 무대 열기가 느껴졌다. 너무 잘 왔구나 싶었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진 음악적인 모든 것을 보여준 무대"라면서 "그만큼 학수고대했고지금까지 이런 무대를 위해서 (음악을)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K-팝스타' 출신의 이하이와 지난해 정식 데뷔한 혼성 아이돌 그룹 'KARD(카드)'가 마지막 바통을 받았다.

 이하이는 "아시아 무대에는 많이 서봤지만 미국 무대는 처음이었다. 굉장히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면서 "여기 서고 싶은 가수들이 많았을 텐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연한 혼성그룹 'KARD' 멤버 비엠은 "자정 넘어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던 팬이 지나가길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예상보다 훨씬 더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공연은 7개팀이 팀별로 40분씩 이어간 끝에 새벽 2시가 돼서야 막을 내렸다.

 그때까지도 이스트 6번가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몰랐다.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던 K-팝 팬들이 있었다고 주최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 행렬의 끝자락에 있던 한 팬은 들어가지도 못한 채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이 끝났는데도 너무 벅차서 끝까지 줄에 서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